반려견 놀이터 조성, 하천법 33조 때문에 불가능
이재명 대선후보, 박형준 부산시장도 서한문 보내
여야 의원들 개정안 발의... 국토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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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케이펫페어를 찾아 반려견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서한문 한 통을 보냈다. 야권 대표 지자체장으로서 거칠 것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지만, 입법부에 “간곡한 부탁”을 했다. 요청의 핵심은 하천법 개정에 힘을 보태 달라는 것. 오 시장은 “법 개정을 위해 중앙부처와 국회에 수차례에 걸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며 “이를 위한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썼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이 하천법 개정 요청에 나선 이유는 반려견 인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1인 가구 증가, 코로나 블루 등으로 반려견 인구가 급증했고, 최근 그 수가 1,500만에 이르렀지만, 그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이 반려견을 끌고 산책하는 부지 인근에 전용놀이터 조성에 힘을 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려견과의 산책, 그리고 그 중간 약간의 휴식을 위한 놀이터 공간으로 하천변 부지가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그러나 현행법상 하천변 부지에 반려견 전용놀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천법(33조)은 “가축을 방목하거나 사육하는 행위에 대해 하천 점용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자체의 하천변 반려견 놀이터 설치에 반대하는 근거다.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경기지사 시절이던 7월 “산책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하천변 유휴부지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공간이 생긴다”며 국토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서한을 보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9월 “올해는 하천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고 서한문 발송 행렬에 합류했다.
각 지자체의 하천법 개정 움직임 배경에는 번번이 무산되는 주택가 인근의 반려견 놀이터 설치 사업이 있다. 올해도 서울시는 강남구 대치유수지와 동대문구 휘경동 등에 조성을 추진했지만 불발했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각 하천과 실개천변의 도심 발전을 도모하는 '지천 르네상스'를 추진 중인 서울시 입장에서는 하천변 반려견 전용 놀이터 조성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보궐선거 당시 현재 7개인 반려견 놀이터를 2025년까지 두 배인 15개로 확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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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광진구 능동 어린이 대공원에 조성한 반려견 놀이터. 서울시 제공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하천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지난 2월, 3월 국민의힘 소속 박진(강남을) 정운천(비례) 의원이, 8월에는 박홍근(중랑을)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지만, 국토교통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전문위원들은 의원들의 법안을 검토한 뒤 낸 보고서에서 “국토부가 하천의 보전과 오염 방지를 위해 하천에서의 가축 방목 및 사육행위를 금지하는 하천법 취지를 고려해 반려동물의 운동과 휴식 등을 위한 시설 설치는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적시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국토부 논리가 경직돼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기적인 토양 교체와 분뇨 자체 수거, 관리인 배치 등 체계적이고 위생적으로 놀이터 관리가 가능하다”며 “융통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동물로 범위가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등록대상 동물을 개로 한정해 법을 개정하면 문제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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