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
전문가 "물가 안정에 대한 정책 신뢰도 떨어져"
'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른다' 인식할 수도
미국에서 임금이 오르고 구직 요건이 완화되는 등 역대급 구인난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미 노동자들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됐다 해도,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쉬워졌다 해도, 물가 역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시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68%가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100부터 100까지 숫자로 나타내는 경제신뢰지수(ECI)도 -22를 기록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는 의미인데, ‘-22’이라는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지난해 4월(-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올해 들어 노동자 우위로 재편된 미국 노동시장 분위기와는 정반대 인식이 광범위하다는 걸 뜻한다. 미국 경기가 코로나19에 따른 침체 국면을 벗어나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미 기업들은 규모에 관계 없이 심각한 구인난에 빠져 있다. 최근 들어선 구직 요건 완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미용제품 소매업체 더바디샵은 학력 요건과 신원조회를 폐지했고, 대형 약국체인 CVS헬스는 채용 시 고교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가 ‘현재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응답했다.
노동시장 호황에도 불구,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러한 인식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구직시장의 조건보다, 인플레이션이 노동자들 심리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시건대에서 소비심리지수 조사를 담당하는 경제학자 리처드 커틴은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주요 이슈”라며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하기만 하고, 이를 정상화할 경제 정책은 소비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NYT 역시 “인플레이션이 경제심리를 견인하는 강력한 힘이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1년간 5.4% 상승했다. 게다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휴지 등 생필품은 물론, 가전제품까지 가격이 치솟는 추세다. 여기에다 물류 대란까지 겹쳐 가격 상승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른다고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NYT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제도의 자료를 보면, 근로자의 약 13%가 전년 대비 임금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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