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지하철 1호선 탑승기]
7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지하철(도시철도) 역사로 향하는 계단 앞. 기념 사진을 찍는 인파로 가득하다. 지하철 내부도 마찬가지로 북새통이다. 모두 베트남의 역사적인 첫 번째 지하철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전날부터 보름간 진행되는 무료 운행을 즐기려는 시민들이었다.
지하철 건설 사업이 시작된 2011년부터 첫 운행까지 무려 10년, 도심 곳곳에 지하철 역사가 지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치면 3년이 지난 뒤에야 맺은 결실이다. 중국과의 채무 문제로 운행이 끝없이 미뤄진 걸 알면서도 하노이 시민들은 말없이 기다려 줬다. 이제는 "우리도 지하철이 있다"고 마음껏 들떠도 될 만큼, 충분히 인내해 왔다는 얘기다.
하노이시가 지하철 개통의 신호탄을 쐈지만, 전체 9개 노선이 모두 정상 운행될 날은 아직 기약이 없다. 전날 개통된 구간 또한 옛 도심 동다에서 시 외곽 배후 주거지인 하동 지구로 이어지는 12개 역, 14㎞ 구간에 불과하다. 서울로 따지면, 종로에서 일산 초입까지 단일 노선만 개통된 셈이다. 10분 간격으로 발차하는 하노이 지하철의 티켓값은 단돈 8,000동(약 400원). 시속 80㎞가량의 속도는 이동하는 데 문제될 게 없는 성능이나, 만들고 건설한 지 꽤 시간이 흘러 버린 지하철 내부와 역사는 새 것이라 하기엔 낡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노이 지하철의 건설 지연은 꼬일 대로 꼬인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당초 하노이시는 2011년 중국으로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받아 2013년까지 지하철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ODA 대출 절차와 부담 비율 등을 놓고 양측 의견 대립이 이어져 2017년 12월까지 제대로 된 기초 공사도 진행되지 못했다.
겨우겨우 자금 운용 원칙이 세워진 이후에도 잦은 잡음으로 공사 진행은 하세월이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다. 당연히 사업 초기 책정된 8조7,700억 동(약 4,385억 원)의 예산으로는 완공을 꿈꿀 수 없었다. 현재까지 들어간 건설 비용은 18조 동(약 9,000억 원) 이상이고, 이중 중국 자본이 77%가량이다.
'애물단지'의 모습을 처음 공개한 베트남은 그래도 희망으로 가득하다. 즈엉즉투언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지하철은 교통체증이 심한 하노이의 대중교통 흐름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현 교통 수요의 45%가량을 지하철로 흡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번잡한 도심 속에 여전히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수많은 지하철 공사현장 문제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베트남 대중교통의 미래는 답답한 코로나19 상황만큼이나, 아직은 각종 변수와 우려로 가득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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