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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지능 마약사범 사형 중단하라”… 인권단체, 싱가포르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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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지능 마약사범 사형 중단하라”… 인권단체, 싱가포르에 호소

입력
2021.1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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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체포된 말레이시아인 10일 사형 집행
인권단체 "지적 장애인 사형은 비인간적"
싱가포르 "범행 본질 이해했고 판단력 있다"

인권단체 회원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적 장애 말레이시아인 나가엔트란 다르말링감씨의 사형 집행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 연합뉴스

인권단체 회원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적 장애 말레이시아인 나가엔트란 다르말링감씨의 사형 집행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 연합뉴스

싱가포르 정부가 지적 장애 마약사범의 사형 집행을 강행하려 하자 국제 인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가혹한 마약법으로 인한 비인간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5일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10여 년 전 소량의 헤로인을 싱가포르로 들여오다 붙잡힌 지적 장애 말레이시아인 나가엔트란 다르말링감(33)씨의 사형을 10일 집행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판결을 뒤집으려는 그의 시도를 법원이 기각했다"며 "완전한 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들은 사형 집행을 유예하고 판결을 번복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르말링감씨의 지능지수(IQ)는 69로 재판 받는 과정에서 여러 의사로부터 경계선 지능 장애와 인지 장애 등 지적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도 가입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정신 및 지적 장애가 효과적인 방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사형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르말링감씨의 변호인들은 "그의 친구가 그를 폭행하고 그의 여자친구를 협박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르말링감씨는 5세 아이와 같아서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당신을 쳐다볼 뿐"이라며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가족들도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다르말링감씨의 누나는 "사형 소식을 집행일 2주 전에 들었고 청소 노동자인 어머니에겐 가족 중 최대 5명만 가능한 싱가포르 여행의 이유를 최근에야 설명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 조치로 동생을 못 본 지 2년이 넘었는데 사형 집행은 우리 가족 전체에 가해지는 형벌"이라고 하소연했다.

10일 싱가포르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지적 장애 마약사범 나가엔트란 다르말링감씨. SNS 캡처

10일 싱가포르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지적 장애 마약사범 나가엔트란 다르말링감씨. SNS 캡처

싱가포르 정부는 판결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다르말링감씨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본질을 분명히 이해했고 자신이 한 일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역시 인권단체의 탄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르말링감씨는 2009년 42.5g의 헤로인을 다리에 묶은 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건너다 적발돼 이듬해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종신형으로 줄여달라고 항소했으나 패소했다. 싱가포르는 마약 밀매에 대해 사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에 사형이 집행되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현재 그의 사면을 호소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4만6,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인권단체들은 거듭 호소했다. "싱가포르가 방향을 바꿔 이 잔혹한 처형을 막을 시간이 아직 있습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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