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엑서터대 연구진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
"화석연료 자산 가치 급락 '좌초자산' 될 듯...
한국 등 주요 수입국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이득"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위기 대책으로 추진 중인 ‘탄소중립’이 현실화할 경우 오는 2036년까지 화석연료 자산의 절반인 11조 달러(약 1경3,000조 원)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탈탄소 정책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하는 경우 화석연료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반되는 부수적 손실로, 세계 경제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장프랑수아 메르큐어 영국 엑서터대학 교수 연구팀은 현재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이 화석연료 자산 가치와 각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4일(현지시간)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공개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탄소중립 추진으로 석유·석탄·가스 같은 화석연료 수요가 줄면서 화석연료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화석연료 주요 생산국이나 탈탄소 추진이 느린 국가는 어려움을 겪고 화석연료 수입국과 탈탄소를 신속히 추진하는 국가는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 화석연료 주요 수입국들은 신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하면서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 에너지 독립 확대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화석연료 수요가 감소할 경우 캐나다 역청탄과 미국 셰일가스, 러시아 북극 유전, 브라질 등의 심해유전처럼 오지에 있거나 채굴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곳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또 현재 추진되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36년까지 화석연료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화석연료 자산 전체의 절반 수준인 11조~14조 달러(약 1경3,000조∼1경6,600조 원) 규모 자산이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좌초자산은 시장의 환경 변화 등 예상하지 못한 이슈로 자산 가치가 하락해 상각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 탄소중립으로 사라지는 화석연료 자산의 가치보다 재생에너지와 대체 투자 등으로 생성되는 가치가 더 크다며 에너지 전환이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에 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자산 가치 하락 속도가 빠를 경우 세계 경제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큐어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갑자기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고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것”이라며 그 경우 2008년 발생한 것과 같은 수준의 금융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석유수출국들은 수입국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동안 가능한 한 빨리 경제를 다각화해야 한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이득이 전체적으로 공유될 수 있게 양측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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