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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대까지…금속 미술 속 한국미를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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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대까지…금속 미술 속 한국미를 들여다보다

입력
2021.1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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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야금 주제로 한 재개관 기획전 선보여
현대미술 접목, 유물 뒷면도 볼 수 있도록 파격 시도

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청동 거울 '다뉴세문경'. 호암미술관 제공

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청동 거울 '다뉴세문경'. 호암미술관 제공


잿빛 땅에서 붉은색 용암이 솟아오르기를 반복한다. 과테말라 활화산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현대미술가 김수자의 ‘대지의 공기’. 경기 용인시 소재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재개관 기획 전시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 도입부에 등장하는 영상이다.

자연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전시는, 야금(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다듬는 과정)을 화두로 금속 미술을 통해 한국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게 한다. 고미술 전시지만 현대 미술을 적절히 융합시켜 차별화를 시도했다. 철로 만든 쇼케이스를 따로 제작, 유물을 앞에서뿐만 아니라 옆과 뒤에서도 볼 수 있도록 기존 전시와 다른 파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자연과 신에 대한 숭배 및 상징으로서의 야금을 다룬 1부는 기하학적 문양이 있는 청동기 시대의 다뉴세문경, 동물 문양이 새겨진 초기 철기 시대의 사수문동경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선사 시대 자연은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당시 최고 지배층인 샤먼(제사장)은 자연과 소통하는 의식의 도구로 청동을 사용해왔다. 청동 거울 역시 제사 등에 사용된 것이다.

국보로 지정돼 있는 가야 시대의 '금관 및 부속 금구'. 호암미술관 제공

국보로 지정돼 있는 가야 시대의 '금관 및 부속 금구'. 호암미술관 제공


발전한 야금 기술은 점차 왕의 권위를 위해 사용된다. 2부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야 금관 가운데 가장 완벽한 형태의 금관, 신라 시대 귀걸이 중 가장 정교하고 화려한 금제 귀걸이 등을 볼 수 있다.

금속 미술의 아름다움은 종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왕이 존재하지만 백성들의 심적 안정을 위해 불교가 도입됐고, 부처는 왕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권위를 지닌 존재로 여겨져 불상과 관련 의식 도구들이 제작됐다.

고려 시기에 제작된 '철조여래좌상'. 호암미술관 제공

고려 시기에 제작된 '철조여래좌상'. 호암미술관 제공


고려 시기 은제 아미타여래 삼존좌상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됐다. 높이가 채 20cm가 되지 않지만 그 속에서 정교함과 세밀함을 자랑한다. 그 뒤로는 철로 만든 철조여래좌상도 함께 전시돼 있다. 철불은 거칠고 강한 느낌을 주는데, 굳이 만들기 어려운 것을 만들려고 한 것은 왕처럼 군림하고자 했던 지방 호족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4부는 야금의 전통이 어떻게 오늘날 창의적인 모습으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우환은 자연을 상징하는 돌과 산업 사회를 상징하는 철판을 함께 둔 ‘관계항’을 통해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1.5cm 크기의 인물상 2만3,000여 개를 꽂아 한반도 지도를 완성시킨 서도호의 ‘우리 나라’는 우리로 대변되는 한국인 특유의 집단의식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배가 만들어지는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쇳물이 끓는 포스코 제철소의 모습을 담은 영상(박경근, ‘철의 꿈’)으로 마무리된다. 전시 담당자인 이광배 책임연구원은 “시대별 고귀한 야금의 지혜를 담고 있는 유물과 현대 미술의 결정체들을 동반 출품해 그 아름다움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며 “과거에 멈추어 있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야금의 생명력과 지혜에 대해 충분히 교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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