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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프랑스 달군 '히잡 쓸 자유' 유럽평의회 홍보 영상... 논란 끝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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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프랑스 달군 '히잡 쓸 자유' 유럽평의회 홍보 영상... 논란 끝 삭제

입력
2021.11.04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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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평의회 '차별 반대 캠페인' 포스터·영상
히잡 착용 반대하는 프랑스 우파의 반발에
관련 게시물과 함께 모두 트위터서 사라져

유럽평의회가 여성의 히잡 착용을 '다양성 포용'의 대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캠페인 포스터. 하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달 초 트위터상의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영국 BBC방송 캡처

유럽평의회가 여성의 히잡 착용을 '다양성 포용'의 대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캠페인 포스터. 하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달 초 트위터상의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영국 BBC방송 캡처

"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쓰는 히잡은 개인의 자유인가, 아니면 여성에 대한 속박이자 세속주의 원칙 위반인가."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이른바 '히잡 논쟁'이 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프랑스에서 다시 불붙었다.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기치로 내걸고 47개 국가가 모인 유럽평의회가 '다양성 존중'을 강조한 캠페인에서 히잡을 소재로 삼은 탓이다. 프랑스 우파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관련 영상과 포스터 등이 온라인상에서 삭제되긴 했지만, 유럽의 무슬림 포용과도 직결된 문제라 당분간 이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유럽평의회는 지난주 트위터에 게시했던 27초짜리 '히잡 착용의 자유 옹호' 동영상을 이날 내렸다. 웃고 있는 젊은 두 여성의 모습을 절반씩 합성해 보여 준 뒤 "자유가 히잡에 있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다양성 속에 있다"는 문구를 띄운 영상으로, 한 명이 히잡을 쓰고 있는 게 핵심 포인트다. 유럽평의회가 9월 유럽 전역의 무슬림 청년 단체들과 워크숍을 진행한 끝에, '혐오 발언과 싸우고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자'며 시행한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날 해당 영상은 물론, 비슷한 내용의 포스터들도 모두 온라인상에서 사라졌다.

문제의 홍보물 삭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프랑스다. 중도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외교 통로를 통해 격렬히 항의한 것이다. 사라 엘 하이리 프랑스 청소년체육장관은 프랑스 LCI 방송에서 "프랑스가 극도로 강한 거부감을 표명해 이 캠페인을 철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각료회의 이후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상식을 무시한 캠페인이었다"며 "종교의 자유와 종교적 상징에 대한 홍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히잡 착용은 프랑스의 오랜 논쟁적 의제다. '세속주의 원칙 위배이며 성평등에도 어긋나는 행위'로 보는 시각과, '무슬림 문화로 포용하고 개인 선택의 자유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몇 년간 프랑스에서 무슬림에 대한 사회통합은 더욱 두드러진 정치적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자국 내 무슬림 소수민족 규모(500만 명)가 유럽 내에서도 가장 많은 국가다. 2011년 유럽 최초로 '공공장소 히잡 착용 금지' 조치도 내놨다.

특히 이번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대선을 눈앞에 둔 프랑스 국내 정치 상황도 있다. 마크롱 정부를 포함해 반(反)이민 기조의 우파 세력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실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도가 우파와 극우로 점점 이동하고 있어, 유권자 표심을 잡으려는 선거 운동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극우 성향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이 캠페인에 대해 "부당하고 수치스럽다"고 평했다. '전통 우파 진영의 마크롱 대항마'로 불리는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레지웅 지사도 "히잡은 자유의 상징이 아니라 복종의 상징"이라고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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