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온두라스 대선이 대만 외교 변수로]
①친중 야당 후보, 단일화로 지지율 우위
②대만, 15개 수교국 추가 이탈은 치명적
③미중 갈등, 온두라스 놓고 대리전 양상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등에 업고 일본, 호주 등 우방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기세를 올리던 대만 외교가 암초를 만났다. 지구 반대편 중미의 온두라스가 이달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따라 중국과 밀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두라스는 대만의 15개 남은 수교국 중 하나다. 온두라스마저 중국으로 돌아설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①친중 야당 후보, 단일화로 지지율 우위
온두라스는 28일 대선을 치른다. 당초 대만에 우호적인 여당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야권 후보가 단일화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여야 1대 1 구도로 바뀌자 지지율이 출렁였다. 닛케이 아시아는 4일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인 시오마라 카스트로가 38%대 21%로 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좌익 성향의 카스트로는 “온두라스는 즉시 중국 본토와 외교적, 상업적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감안하면, 온두라스는 1965년 수교한 대만과 관계를 끊어야 한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은 양보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②대만, 단교 도미노의 악몽
대만 수교국은 2016년 차이잉원 정부 출범 당시 22개에 달했다. 하지만 잇따라 중국과 손잡으며 7개국이 등을 돌렸다. 가장 최근의 단교 사례는 2019년 9월 남태평양 키리바시다. 대만은 이후 2년간 단교 도미노를 막으며 선방해왔다. 특히 유럽에 외교부장(장관)을 보내고, 대만으로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을 잇따라 초청하며 이에 반발하는 중국에 맞선 존재감을 부각시키던 차였다.
따라서 온두라스의 선택은 모처럼 탄력 붙은 대만의 외교행보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으로 국제기구에서 쫓겨난 대만의 재가입 추진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대만 수교국이 주로 온두라스 인근 중미와 카리브해에 몰려 있는 점도 부담이다. 파장을 우려한 대만 외교부는 앞서 9월 차관을 온두라스에 보내 사전정지작업을 벌였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3일 “온두라스는 대만이 믿을 만한 동맹이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며 “대선 이후 중국으로 돌아설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③온두라스 둘러싼 미중 대리전
대만을 고리로 한 온두라스 상황은 미중 대리전이나 마찬가지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은 심리적 불안을 조성하는 무력시위에 불과하다. 반면 가뜩이나 쪼그라든 대만의 수교국이 하나라도 더 줄어든다면 중국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손발을 묶으려는 중국의 전략이 주효할 경우 ‘동맹 외교’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처지가 옹색해진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달 25일 “중국이 바티칸 교황청에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전제조건으로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티칸은 유럽 유일의 대만 수교국이다.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의 물량공세는 이미 온두라스 주변국에 효과를 거뒀다. 2017년 대만과 단교한 파나마는 이듬해 운하 다리 건설을 위한 중국의 15억 달러 투자에 이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중국은 2018년 대만과 관계를 끊은 엘살바도르의 공공투자에 5억 달러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보내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중남미 국가들에 뒤늦게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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