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재점화된 인터넷망 사용과 관련, '무임승차' 논란의 중심에 선 넷플릭스가 다시 한 번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수면 위로 재차 떠오른 망 사용료 논쟁은 한층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오징어 게임의 초록색 트레이닝 상의를 입고 등장한 그는 "한국에서 망 사용료 논란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이날 구체적인 이용요금 지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생략했다.
넷플릭스 본사 임원 갑자기 한국 온 이유는
2015년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의 본사 임원 방한은 최근 한국에서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 법안이 추진되면서 본격화된 규제 도입 흐름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망 사용료 문제가 재차 불거진 건,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오징어 게임의 등장에서부터 비롯됐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접속량(트래픽)이 폭증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망 관리 비용도 덩달아 급증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이 문제를 두고 국내 인터넷망 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인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를 언급하면서 넷플릭스로선 규제 리스크가 더 커진 상황이다.
"망 사용료 못낸다"…역차별 논란 더 커질 듯
넷플릭스로선 다급한 상황이지만 기존 입장과 달라진 건 없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는 곳이 없다"고 항변하면서다.
대신, 넷플릭스는 이날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사가 1조 원을 들여 개발한 자체 캐시서버 프로그램인 오픈커넥트(OCA)를 이용하면 트래픽을 최대 100%까지 낮출 수 있는데, 지난해 전 세계 1,000여 곳의 인터넷사업자(ISA)가 무료로 제공된 이 기술로 1조4,000억 원의 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도 이 기술을 이용하면 트래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기술 협력을 하자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조만간 또 다른 본사 임원이 한국에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기술 백서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전체 인터넷 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피크타임 기준으로 2%에 불과한데,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국내 사업자들은 통신사에 연간 700억~1000억 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간담회 이후 별도 입장문을 통해 "넷플릭스는 망 무임승차 당위성만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5∼20년 한국 콘텐츠에 7,700억 원을 투입한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5,500억 원을 배정하는 등 향후에도 투자 규모를 더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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