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한동안 치솟기만 했던 국내 기름값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3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전날보다 3% 이상 떨어진 데다, 국내에선 조만간 유류세 20% 인하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체감 유가는 진정될 전망이다. 하락세의 지속 여부를 장담할 순 없지만, 일단 연말까지 기름값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배럴당 83.91달러) 대비 3.6% 내린 80.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배럴당 85달러 선을 넘나들었던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3.4달러 내려간 81.32달러에 거래됐다. 원유시장이 돌연 약세를 보인 건, 예상보다 증가한 원유 재고량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집계된 주간 원유 재고는 직전보다 329만 배럴 늘어난 4억3,410만2,000배럴로, 150만 배럴 정도 늘어날 것이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김 또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석유 생산량 결정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증산에 소극적인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등을 비판하면서 OPEC+에 증산을 압박한 효과란 얘기다.
국제유가가 지난달 25일(두바이유 84.37달러)과 26일(브렌트유 86.40·WTI 84.65달러) 정점을 찍은 이후 1주일 이상 진정세를 보이면서 연말 국내 유가도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해볼 수 있게 됐다. 국제유가가 국내 시장에 2~3주 뒤 반영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유류세 인하 효과가 주유소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12일부터 일정 기간 국내 유가도 눈에 띄게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2018년엔 유류세 인하분이 평균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10일가량 걸렸는데, 정부는 이번엔 알뜰주유소와 직영주유소에 유류세 인하분이 즉시 적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일단 국내 시장에선 유류세 인하 효과까지 겹칠 경우 눈에 띄는 하락 폭이 예상되지만, 잠시 가라앉은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미국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캐나다 금융사인 RBC 캐피털 마켓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며 “산유국들이 시장에 원유를 더 많이 공급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점쳤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내년 6월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면서 현재 수준보다 45%가량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란시스코 블란치 BofA 분석가는 “수요가 지금처럼 많을 땐 가격 상승이 아주 쉽다”며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하는 게 아니라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소극적일 것”이라고 유가 강세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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