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되돌릴 처방… 에릭 홀트하우스 '미래의 지구'
기후에 맞선 인류 역사 탐색… 박정재 '기후의 힘'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와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현주소를 드러냈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뒤얽힌 각국 정부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놓고서도 완벽한 공조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러시아·인도의 반대로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지 못했고, 메탄 감축 서약에도 이들 메탄 배출 1~3위국이 빠졌다. 스웨덴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환경 운동가들의 세부 이행 지침 부족 목소리도 거셌다. COP26 참석국 정부의 설명대로 과연 이번 행사에 낙관적 의미를 부여해도 되는 걸까.
적어도 기후변화 문제에 정통한 미국 기자 에릭 홀트하우스는 '그렇다'고 답할 듯하다. 그는 신간 '미래의 지구'에서 기후변화 전문가로는 드물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후변화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과의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향후 30년의 기후변화 위기 극복 서사를 그렸다. 부정할 수 없는 지구온난화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좋은 미래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그런가 하면 고기후학 전문가인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과거 사례를 통해 기후위기 극복의 희망을 찾고자 했다. 신간 '기후의 힘'은 인류 진화에서 조선왕조의 흥망성쇠까지 기후가 어떻게 인류와 문명을 만들어 왔는지 지구 역사 맥락에서 조망한다. 과거를 올바로 알지 않고서는 미래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비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각각 기후변화의 미래와 과거에 방점을 찍고 있는 2권의 책은 기후변화의 실존적 위협에서 출발해 낙관적 전망으로 마무리되는 공통점이 있다.
"2030~2040년에는 획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홀트하우스는 우선 책 전반부에서 서서히 번지며 구석구석 스며들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실을 압축적으로 묘사한다. 기후변화 취재를 꾸준히 해 온 내공을 발휘해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상징적 장면 이면의 현실적 문제까지 지적한다. 가령 북극 해빙 감소로 생존 위협을 받는 것은 북극곰만이 아니다. 이 지역 먹이사슬 전체가 무너지고, 북극 수산업계가 급변하며 원주민도 생활방식을 지키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지구상 거의 모든 생태계의 동시다발적 교란으로 이어진다.
후반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변화무쌍한 시기가 될 2020년대, 2030년대, 2040년대를 각각의 장(章)으로 구성해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이 시기에 나타날 법한 사회의 모습을 상세하게 그려낸다.
다만 지난해 출간된 원저에서 저자가 그리는 '희망의 시나리오'는 다소 급진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미국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20년의 10% 수준으로 줄이고, 2040년이면 국제사회 탄소 배출이 2020년의 50% 수준으로 줄고, 2050년이면 세계가 탄소 중립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COP26에서 중국과 인도 정상은 이보다 각각 10년과 20년이 늦은 때를 탄소 중립 시기로 공언한 상태다.
저자는 그래서 '미래의 지구'를 "세상을 향한 러브레터이자 초대장"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책의 목표가 "지위·계급·젠더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수십 년간 행동을 취하지 않았으므로, 기후변화는 이제 단순히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본질적으로, 정의의 문제다."
과거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박정재 교수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와 한반도의 고기후 복원과 과거의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연구해 왔다. 그는 '기후의 힘'을 통해 한반도 문명 역사를 기후 관점에서 해석한다. 인류의 최대 난제였던 기후변화의 속성과 이에 맞서 온 인류의 대응을 살펴보며 지금의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함이다.
책에 따르면 한반도 문명의 시작은 차가워진 기후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주의 수렵·채집민 중 일부가 3만 년 전에서 2만5,000년 전 사이에 따뜻한 해안을 향해 남동진했고 이들이 한민족의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반도에 벼농경 문화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기후가 양호했던 3,500~2,800년 전이었다.
최근 역사 전개에서 기후변화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연적 과제가 된 기후위기 대응 앞에 저자는 과거를 바라봤다. 학술서의 성격이 강해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는 않지만 기후변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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