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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불법' 어린이 보호구역 노상주차장, 어떡하나…

입력
2021.11.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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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법 개정으로 1월부터 폐지 예고
10월 21일부터 주차선 있어도 불법주차
"대안 없다" 수수방관… 사실상 단속유예
대체주차장 조성 등 정부차원 대책 필수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노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불법인 줄 모른 채 주차하고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노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불법인 줄 모른 채 주차하고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3일 오전 8시 20분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앞 도로는 대혼잡이 벌어졌다. 자녀 등교시키기 위해 몰고 온 4, 5대의 차량이 교문 앞에 정차하면서 시내버스가 갑자기 핸들을 돌리는 등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학교 울타리를 돌아서자 ‘어린이 보호구역’이 선명한 도로변 노상주차장에 수십 대의 차량이 주차해 있었다. 이 같은 일은 매일 반복된다. ‘합법적’ 주차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한 불법 주정차다.

지난달 21일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ㆍ정차가 전면 금지됐지만 혼란이 여전하다. 특히 보호구역에서는 주차선이 그어진 노상주차장도 불법인데, 대구지역은 3일 현재까지 폐지한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도로교통법뿐 아니라 주차장법도 개정돼 1월부터 폐지가 예고됐지만, 대안 부재를 이유로 여태까지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지역 어린이 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은 중구 222, 동구 337, 서구 133, 남구 122, 북구 331, 수성구 603, 달서구 538, 달성군 140면 등 모두 2,426면에 이른다.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지난달 21일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는 황색 실선구역은 물론 흰색 점선이나 노상주차장에서도 주ㆍ정차를 전면 금지했다. 또 주차장법도 개정해 7월13일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을 ‘지체 없이’ 폐지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 5월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ㆍ정차 위반 과태료를 일반구역의 3배인 승용차 기준 12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키가 작고 주의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이 차량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오다 사고를 당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경북은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210여대 가량의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차장을 정비했다. 군위군 등 일부 지역은 거센 주민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대체주차장 신설, 어린이 보호구역 범위 조정 등의 방법으로 마무리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교육청, 관할 지자체와 협의해 등ㆍ하교를 위한 학부모나 학원차량 등이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구역을 신청을 받아 설정 중이다”며 “무엇보다 운전자와 주민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는 속수무책이다.

경북보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차장이 절대적으로 많은데다, 대부분 주택가 한복판이나 상가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구 삼덕초등학교 등 일부 지역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까지 어린이 보호구역에 있을 정도다.

이들 지역에 주차장을 마련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 부지매입과 시설을 하는 데 많을 경우 1대당 1억 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전체적으로 수천억 원이 필요해 보인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는한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수년간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사정이 이렇자 관할구청은 단속을 사실상 포기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안전신문고로 위반 신고가 들어와도 종전처럼 교문 주변 등에만 단속하고 노상주차장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한편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ㆍ정차한 운전자를 범법자로, 담당 공무원은 직무유기로 내몬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광주시나 전남도 등 다른 일부 지자체는 3개월간 단속을 공식적으로 유예했다. 대구지역은 어정쩡한 상태다.

한편 대구시는 조만간 구ㆍ군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노상주차장 폐지를 위해선 대체 주차장 확보가 우선이지만 예산을 마련할 길이 없어 묘수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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