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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살기 좋은 '묘한 집' 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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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살기 좋은 '묘한 집' 지어드립니다"

입력
2021.11.04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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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가묘묘' 낸 건축가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 대한 책 '가가묘묘'의 저자 박지현(왼쪽), 조성학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 대한 책 '가가묘묘'의 저자 박지현(왼쪽), 조성학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고양이가 살기 좋은 집이요? 처음에는 미로 같은 독특한 공간도 생각했지만 특별할 게 없어요. 채광이 좋고 환기가 잘 돼 쾌적하고, 공간이 입체적인 집이죠. 사람이 살기 좋은 집이 고양이도 살기 좋은 집이더라고요."

몇 년 전부터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설계해 달라는 건축주가 부쩍 많아지기 시작했다. 우연이었다. 체부동 한옥에 자리했던 사무실에 그때쯤 두 마리의 길 고양이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잘 몰랐던 사무실 식구들은 이들에게 '짜구'와 '호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밥을 챙겨주다 서서히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다. 우연은 묘연이 됐다. 박지현, 조성학 소장과 당시 비유에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박민지씨는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배려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가가묘묘(공간서가 발행)'까지 냈다.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경기 용인 수지구의 '묘각형 주택'에 사는 고양이 망고, 탱고가 뚫린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경기 용인 수지구의 '묘각형 주택'에 사는 고양이 망고, 탱고가 뚫린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책은 크게 기존 공간을 고양이와 살기 적합하게 바꾸는 인테리어 단계와 아예 설계부터 고양이와 사는 것을 고려하는 건축 단계로 나뉜다. 전자는 가구 배치, 수직 동선 설계를 통해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사는 법을, 후자는 비유에스가 설계했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4곳의 사례를 소개한다. 고양이와 건축에 대한 문화적 관심이 높은 일본은 반려묘와 함께하는 공간에 대한 전문 서적이 많지만, 국내서 이를 주제로 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소장은 "고양이는 수평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개와 다르게 수직 동선이 많다 보니 바닥 면적이 좁은 도시의 집에 적합한 반려동물"이라며 "고양이와 함께 사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책을 낸 계기를 설명했다. 반려견은 주기적으로 집 밖에서 산책을 하지만 반려묘는 온전히 집 안에서 키운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고양이에게 맞춤한 집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반려묘 인구는 전국 130만 가구, 반려묘 수는 230만 마리로 추정된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 대한 책 '가가묘묘'의 저자 박지현(오른쪽), 조성학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 대한 책 '가가묘묘'의 저자 박지현(오른쪽), 조성학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의뢰한 건축주들은 공통적으로 털 날림을 막기 위해 주방, 드레스룸에 문을 설치해 분리하기를 원했다. 또 '사막화(고양이 화장실의 모래가 고양이 발바닥에 묻어 집 안에 흩뿌려지는 상태)'를 막아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이에 건축가는 화장실 깊숙한 곳에 고양이 화장실을 만들었다. 동선을 늘려, 고양이가 화장실 안에서 모래를 최대한 털어내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집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 눈높이에 맞게 창을 계획하는 것도 주요한 임무였다.

박 소장은 특히 "건축주들이 고양이의 연령, 성향에 따라 그에 맞는 공간을 요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고양이는 모두 조용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마다 제각각이라, 반려묘가 두 마리 이상인 집에는 그에 따른 공간의 성격도 달라져야 했다.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서울 도봉구 '쓸모의 주택'. 간살 대문을 만들어 고양이들이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안전한 외부 공간을 마련했다. 건축주 제공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서울 도봉구 '쓸모의 주택'. 간살 대문을 만들어 고양이들이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안전한 외부 공간을 마련했다. 건축주 제공

반려묘가 점프력이 좋은 어린 고양이일 때는 선반이나 가구를 고양이에게 '도전'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높게 배치했다. 활동 반경이 줄어든 노묘가 있는 집은 마당에 고양이 전용 공간을 마련한 뒤, 그 앞에 간살 대문을 설치했다. 이 장소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양이가 집 밖을 지나가는 길고양이, 새, 사람을 구경하면서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외부 공간이 됐다.

이들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공존을 위한 노력"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 소장은 "고양이는 배변할 흙이 필요한 동물인데, 도시가 발전하고 흙이 사라지면서 고양이에게 점점 차가운 도시가 되고 있다"며 "이 책이 도시에서 다른 동물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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