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 '세련되고 균형 잡힌 체계'로 개편
탈탈 터는 종합검사 주기·범위·방식 바꿀 계획
금융사 견제·소비자 보호 기능 약화 우려도
금융감독원이 윤석헌 전 원장 시절 부활시킨 금융권 종합검사를 3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고강도로 조사하는 종합검사가 경영 활동까지 위협한다는 금융권 불만을 반영해 축소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종합검사 방식을 변경하면 감독 사각지대가 커져,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석구석 찌른 종합검사, 금융사 불만에 개편
3일 정은보 금감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금감원 검사 업무를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종합검사를 '낡고 한쪽에 치우친 검사'로 규정하고 이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미다.
종합검사는 금감원 전신인 은행감독원이 1962년 출범한 이후 금융권을 감독하는 수단이었다. 진웅섭 전 원장 재임 시기인 2015년 금융권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단계적으로 폐지됐다가 윤 전 원장이 금감원 사령탑에 오르면서 2019년 되살아났다.
윤 전 원장 체제 아래서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금융사의 구석구석을 찔렀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판매사인 은행·증권사의 책임을 일일이 따져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2~3년 주기로 받는 종합검사가 세무조사와 비슷한 강도라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종합 검사를 하면 자료 요청이 워낙 많아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마치 문제가 나올 때까지 터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피감기관 입장에선 작은 거라도 걸릴 수밖에 없으니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흔적 지우는 정은보"
이에 지난 8월 취임 직후부터 시장 친화적 행보를 보인 정 원장은 종합검사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달 예고한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윤석헌표 종합검사'는 사실상 폐기했다.
금감원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 규모·업무에 따라 검사 주기, 범위, 방식을 달리 두는 식으로 종합검사 개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검사·제재 절차 개선을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부문을 아우르는 종합검사, 특정 업무만 목표 삼은 부문 검사로 이뤄진 검사 체계를 앞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금융업권별 특성에 맞게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종합검사 위상이 떨어지면 금융사 견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종합감사는 금융사가 법규 위반 사항을 내부적으로 선제 관리하는 순기능이 있다"며 "정은보 원장 발언은 윤석헌 흔적 지우기로 읽히는데 자칫 금융사에 제재 강도를 약화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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