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던 '질로'
시장 냉각기 돌입에 손실 감당 못해
미국 최대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질로'가 직원 4분의 1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열됐던 주택 시장이 이제 식어가는 데다, 인력난까지 겹쳐 주력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은 2일(현지시간) 질로가 2018년 시작한 '홈 플리핑'(노후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재판매하는 것) 사업을 중단하고 직원 25%를 해고한다고 보도했다. 인력난으로 신규 주택 매입을 멈춘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체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매입 대상 주택 검사, 리모델링 등 각 단계마다 필요한 인력이 팬데믹 이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 최근 주택 시장 열기도 시들해지면서 이윤 창출의 원동력인 집값 상승세도 꺾인 탓이다.
실제 질로의 올해 3분기 성적표는 처참하다. 무려 4억2,000만 달러(약 4,962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직전 12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과 맞먹는 규모다.
부동산과 기술이 합쳐진 '프롭테크' 기업인 질로는 코로나19 이후 빠른 성장을 이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생활 변화와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린 덕분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6% 상승, 30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질로 역시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0.5%나 증가했다.
하지만 3분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주택 시장 냉각 조짐의 여파가 컸다. 이미 구입한 주택들을 더 비싼 가격에 팔아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졌고, '성장 엔진'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리치 바톤 질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주택 가격 상승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9월 중위 주택 매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3% 상승했으나, 5월(23.6%)보다는 대폭 하락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질로의 주가도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5배 가까이 급등하며 지난 2월 200달러(약 23만6,000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반 토막이 났다. 이날 기준 질로 주식은 주당 약 85.50달러에 거래됐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주택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질로와 유사한 방식의 사업을 하던 오픈도어, 오퍼패드 등도 주택 구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며 반전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