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아이콘, 그리고 현재 GT 레이스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페라리가 F8 스파이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것도 일반적인 시승과 달리 서울에서 강원도 인제를 오가는 일상의 도로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테크니컬 서킷으로 손꼽히는 ‘인제스피디움’에서의 주행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로드 앤 트랙 익스피리언스’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과연 일상의 도로, 그리고 서킷 위에서 페라리 F8 스파이더는 어떤 매락과 가치를 선사할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이탈리아의 종마
페라리 F8 스파이더는 말 그대로 페라리의 F8 트리뷰토에 오픈 톱 시스템을 얹은 존재다. 그리고 DNA에 있어서는 여러 차량이 있겠지만 458, 488 등의 바통을 직접적으로 잇는다. 차량의 체격은 전장과 전폭, 전고가 각각 4,611mm, 1,980mm 그리고 1,200mm로 날렵하고 대담한 스포츠카의 프로포션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참고로 휠베이스 및 공차중량은 각각 2,650mm와 1,645kg이다.
대담하게 이어지는 페라리 미드십 스포츠카의 계보
개인적인 경험을 고백하자면 페라리 양산형 미드십 스포츠카의 경험은 지난 1994년 데뷔한 F355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오픈 톱 모델인 사양인 스파이더 모델은 F360에서 처음 경험했다. 당시에는 소프트 톱 시스템을 얹었는데 하드 톱이 자리하는 F8 스파이더의 모습은 참으로 이채롭게 느껴진다.
참고로 페라리 F8 스파이더는 일반적인 쿠페의 렉산 재질의 커버와는 사뭇 다른, 그렇지만 쿠페 사양과 큰 차이가 없는 공기역학 수치의 하드 톱 방식의 엔진룸 커버를 씌우고 있는데 이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참고로 하드 톱 시스템은 458 스파이더 사양 이후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대담하고 강렬하다. 458에서 488를 거치며, 그리고 기술에 발전에 따라 새롭게 더해지는 각종 요소들이 대담한 존재감을 어필하며 지면에 낮게 깔려 있는 모습은 제법 무섭게 느껴진다.
측면에서는 미드십 스포츠카의 실루엣을 노골적으로 그러내고, 하드 톱을 얹었음에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그리고 유려한 실루엣을 완성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네 바퀴 역시 경량의 휠,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드라이빙의 욕구’를 자극한다.
후면에는 듀얼 타입의 원형 램프로 구성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대담한 스타일을 과시하는 리어 디퓨저,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제시하는 날렵한 디테일이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후술될 강력한 심장의 소리를 둘려줄 ‘듀얼 머플러 팁’ 역시 이목을 집중시킨다.
존재의 목적을 전하는 페라리 F8 스파이더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보면 이번 시승을 위해 준비된 F8 스파이더가 어떤 차량이고, 또 브랜드 내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 명확히 느껴진다.
실제 F8 스파이더의 실내 공간은 전세계 GT 레이스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FIA GT3 기술 규정을 기반으로 한 레이스카의 ‘기반’이 되는 458, 488의 DNA를 이어 받아 ‘드라이빙을 위해 조직되었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색 스티치, 그리고 카본파이버 소재는 그 자체로도 화려하고 또 대담하지만 운전자에게 ‘달리는 감각’을 노골적으로 전달한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 시프트 패널, 그리고 큼직한 패들 시프트는 특별할 건 아니지만 이미 충분히 역동적인 모습이다.
독특한 디테일, 구성을 가진 시트는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이라도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페라리의 의지가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트의 슬라이딩, 그리고 등받이 시트 각도 조절 모두가 수동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시트의 품질이나 만족감이 저급한 건 아니다. 체형이나 호불호에 따라 그 반응이 사뭇 다를 수 있겠지만 운전자를 보다 견고하게 지지하고, 또 납득할 수 있는 공간의 여유를 제시하기에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시트다.
전면 후드 아래 적재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또 200L의 여유를 품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 공간에 대한 활용성이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 든다. 대신 자잘하거나 충격에 큰 손상이 없는 짐이 있다면 적재 공간으로써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생각되었다.
720마력을 과시하는 V8 심장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하드 톱 시스템을 얹으며 전용 커버를 씌운 만큼 F8 스파이더는 자신의 심장을 모두 다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부로도 강렬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고 출력 720마력, 그리고 78.5kg.m라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출력’을 품은 V8 3.9L 터보 엔진은 7단 F1 DCT, 그리고 후륜구동의 레이아웃과 조합되어 보다 효과적이고, 또 보다 직설적인 드라이빙의 열정을 과시한다.
참고로 이러한 구성을 통해 F8 스파이더는 정지 상태에서 단 2.9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0km/h까지도 8.2초 만에 주파한다. 최고 속도 역시 340km/h에 이르고 복합 연비는 6.4km/L(도심 5.6km/L 고속 7.7km/L)로 그 ‘먹성’을 드러낸다.
드라이빙에 대한 열정, 그리고 기대 이상의 편안함
실제 주행 순서는 인제스피디움 주행 후 일반 도로를 달렸지만 설명 상 일반 도로 주행을 먼저 언급하겠다.
주행 구간은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국도와 고속도로를 거쳐 가평휴게소까지였고, 약간의 차량이 많았지만 일상적인 주행 속 ‘페라리의 가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서킷에서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시선에서의 F8 스파이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부분은 디지털 디스플레이 패널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지키는 아날로그 클러스터에 있다. 레드존이 8,000RPM에서 시작되는 점, 그리고 페라리 로고 등은 ‘강력한 성능에 대한 감각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50km/h, 30km/h 제한 속도로 인해 도심에서, 그리고 또 일상에서 F8 스파이더가 가진 모든 성능을 제대로 경험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생각보다 한층 부드럽게 전개되는 출력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일상적인 삶 속에서 F8 스파이더를 충분히 경험하고, 함께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차량의 성격, 그리고 특성 상 각종 조작 및 움직임 등에 있어 특유의 기계적인 소리와 질감이 느껴지는 편이지만 그 정도가 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천을 울리는 배기 사운드는 막상 일상적이 주행에서는 상냥한 편이다. 실제 시승 내내 ‘배기 사운드’도 너무 과하지 않아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기며 달리는 주행이 가능하게 생각되었다.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고, 또 노면이 젖어 있었지만 주행은 모두 안정적이었고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제시했다. 저온에서의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 특유의 소음이 들려오긴 했지만 주행에 있어서 불편하거나 불안한, 혹은 문제가 될 부분은 전혀 없었다.
특히 물웅덩이 등으로 인해 도로 좌우의 상황이 다를 때에도 안정적인 노면 대응을 제시했고 급작스러운 조향 후 차체가 안정화되는 시간이나 그 완성도도 상당히 기민하고 우수했던 만큼 주행 내내 ‘차량의 가치’에 한층 만족감을 누리게 되었다.
인제스피디움을 손바닥 위에 올리는 존재
높은 고저 차이와 연속된 코너의 입체적인 구조로 인해 차량의 완성도는 물론 운전자의 기량을 요구하는 인제스피디움은 F8 스파이더를 시험하기 최적의 공간이다.
첫 번째 장면은 바로 가속력, F8 스파이더로 인제스피디움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며 양우람 인스트럭터가 스티어링 휠을 쥔 선두 차량, 로마의 가속에 따라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단 번 에 두 차량의 간격이 좁아지며 F8 스파이더의 ‘성능’을 보다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로마와 간격을 충분히 두었다고 생각했으나 어느새 너무나 가까워진 로마와의 간격으로 인해 F8 스파이더의 성능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V8 엔진이 선사하는 강렬한 사운드 역시 대담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
다만 강력한 성능, 그리고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을 제법 약하게 연출되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리막 직선구간에 이어 마주하는 1번 코너는 여전히 무섭고 또 긴장된다. 하지만 F8 스파이더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듯 능숙하게 인제스피디움으로 진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 덕분에 출력을 능숙하게, 조율 이어지는 코너 구간을 맞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통해 ‘기술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느끼게 한다.
솔직히 말해 제동 성능을 모두 경험하고 확신하기 전 다소 젖어 있는 서킷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무척 궁금했다. 실제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의 움직임이 현저히 다른 차량들이 더러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호기심은 곧바로 지워졌다. F8 스파이더는 젖은 노면이라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거나 더듬지 않고 곧바로 확실한 제공 성능을 꾸준히 드러낸다. 덕분에 운전자는 마음껏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발을 수 있어 차량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강력한 성능, 그리고 대담한 스타일을 품고 있지만 차량의 움직임은 충분히 상냥한 편이다. 기본적이고 단단하고 견고하게 조직된 차량이지만 마냥 ‘딱딱하게만 제작된 차량’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다.
실제 코너 연석을 밟으며 달릴 때에는 견고하면서도 살짝 뜨는 모습이 있었지만 곧바로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면 범피 모드를 활성화하면 이내 차량의 움직임이 안정적으로 변하면 노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걸 볼 수 있었다.
한편 인제스피디움은 테크니컬 서킷으로 운전자가 운전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이내 실수가 벌어질 수 있는 구간이 많다. 하지만 F8 스파이더는 아쉬움이라는 것이 없이 ‘명확한 확신’만을 남기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킷을 달리면 달릴수록 차량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더 빨리 달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것 같아 ‘운전자를 유혹하는 차량’처럼 느껴졌다.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오픈 에어링까지 모두 품다
페라리 F8 스파이더는 말 그대로 이기적이다.
페라리 미드십 스포츠카의 계보를 보다 확실히 잇는 모델로 대담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그대로 제시하고 또 강력한 심장에서 나오는 운동 성능은 일반 도로와 서킷을 가리지 않고 운전자를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매력이 오픈 에어링이라는 또 다른 매력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는 점은 ‘F8 스파이더’를 더욱 빛내는 이유가 될 것이다.
촬영협조: 페라리, 인제스피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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