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증권사와 간부가 처음부터 탈세 계획"
시 "우회 조세 포탈 손해배상 물꼬 텄다" 환영
울산시가 속칭 '바지회사'를 내세워 유류세를 탈세한 증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회적 조세 포탈 범행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선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2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시가 국내 A증권사와 이 회사 간부 B씨를 상대로 주행세 포탈액 39억 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방세인 주행세는 수입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 중 하나다. 수입통관 때 내는 관세·교통세와 달리 주행세는 수입신고 후 15일 이내에 납부하면 되는데, B씨는 이런 점을 탈세에 악용했다. 2014년 A증권사 등에서 투자금을 끌어와 차린 바지회사를 통해 경유 6만8,000톤을 수입해 서둘러 매각하고는, 주행세를 내지 않은 채 회사를 파산·폐업하는 수법을 쓴 것이다.
울산시는 2015년 A증권사와 B씨, 바지회사 대표 등을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B씨는 징역 5년에 벌금 134억 원이 확정됐고 바지회사 대표 등도 징역형과 거액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A증권사는 기소도 되지 않았다. 그러자 시는 자금을 대고 수익을 챙긴 A증권사도 민사상 공동 불법행위자이자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다면서, 2017년 A증권사와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울산시는 1심에선 일부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선 졌다. 시의 상고로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은 “A증권사와 B씨가 처음부터 주행세를 포탈할 목적으로 범행을 설계해 과세 관청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납세의무자가 아닌 조세포탈범이나 그 조력자로 추정되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며 “조세 정의 실현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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