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에세이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출간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방송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왔고 제 말투가 그대로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그게 책 안에 고스란히 들어 있지만, 책은 읽으면서 생각하게 해 주잖아요. 내가 이렇구나, 하고 되새길 수 있어서 책을 쓰게 됐어요.”
'골프의 전설'을 넘어 2016년 은퇴 후 방송인이자 사업가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박세리(44)가 작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선수 시절과 은퇴 후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낸 에세이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를 통해서다. TV 예능에서 농담처럼 시작된 '리치 언니'라는 별명을 앞세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고자 하는 그의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각 장(章)에서 후배 운동선수에게, 또는 혼란과 방황 속에 있는 이들에게 선을 그어주고 방향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
2일 자신이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서울 강남구 바즈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1998년 IMF 구제금융 위기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성공 신화로 '희망의 아이콘'이 된 그는 "과정이 생략된 채 만들어진 이미지 이면의 다양한 경험과 나 역시 부족한 사람임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책에는 슬럼프와 손가락 부상, 그리고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2014년의 이야기 등 좌절의 경험도 상세히 담겼다.
많은 이가 박세리를 LPGA 데뷔 첫해 '맨발 투혼'으로 US여자오픈 우승, LPGA 통산 25회 우승 등 화려한 이력으로 기억하지만 정작 그는 "LPGA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에서 우승 경험이 많았고 실력을 인정받아 그냥 미국 진출을 자신했었죠.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제 실력은 그냥 평균 수준이었어요. 물론 우승하면서부터는 많은 게 달라졌죠."
애국가에 등장하는 맨발 워터해저드샷도 성공의 확신이 있어 시도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지금도 같은 상황이 닥치면 다시 양말을 벗겠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는 그는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답하곤 한다"고 했다. 이어 "그 도전이 있어 내가 지금의 자리에 온 것도 맞지만 그때 실패했어도 지금의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 도전이 나를 성공으로 이끈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한 믿음을 얻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게 더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사업 외에도 해설위원으로, 올림픽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기회가 생기는 사람이구나" 싶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매 순간 그의 선택은 "내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자 누군가의 꿈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후배들이 제게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또 제가 성장하게 돕고 있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의 순간이었던 지난달 한국 선수 LPGA 통산 200승도 후배들이 좋은 길을 이어 줬으니 가능했죠. ”
지금 하는 사업은 골프 관련 콘텐츠 제작이 중심으로, 향후 스포츠 유망주가 교육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스포츠 아카데미를 세우는 게 궁극적 목표다.
“제가 다 얻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 역시 인생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람이에요. 책을 통해 그런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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