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세·신용대출도 분할상환 유도
만기 짧아 분할상환 시 갚을 원금 크게 증가
금리 인하·한도 확대 계획은 아직 원론 수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제어를 위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의 원금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처럼 대출기간 동안 나눠 갚는 분할 상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금융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교적 단기간 빌리는 전세, 신용대출 차주에게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분할상환을 선택하라고 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출자에게 확실한 당근이 없는 한, 분할상환 정착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대출 차주 가운데 원리금 분할상환 선택 비중은 올해 2분기 현재 11.8%에 불과하다. 전세대출 분할상환 비중은 고작 2~3% 수준이다. 반면 주담대는 73.8%로, 이미 분할상환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는 분할상환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 전세·신용대출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대출자 입장에선 분할상환을 서두를수록 대출 원금이 줄어, 이자 부담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분할상환을 선호하는 전세·신용대출 차주는 극소수"라면서 금융위의 방침에 회의적이다. 분할상환의 최대 단점은 월 상환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세·신용대출은 만기가 통상 1~2년으로 짧아 그만큼 매달 갚아야 할 액수도 커진다. 40년 만기 상품까지 있는 주담대와 월 상환액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가령 대출금이 2억 원으로 같아도, 2년 만기 전세대출 차주의 월 상환 원금(833만 원)은 40년 만기 주담대 차주(41만6,600원)보다 20배나 많다. 통상 만기가 전세대출보다 짧은 신용대출은 분할상환 부담이 더 크다. 자칫 전세·신용대출을 나눠 갚기 위해 다른 대출을 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대출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원금을 한꺼번에 갚을 수 있고, 생활자금 등 급전 수요가 많은 신용대출 차주는 대체로 여윳돈이 부족한 현실과 분할상환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전세·신용대출 원금을 일부만 갚더라도 분할상환으로 인정해 줄 계획이지만, 이 역시 크게 매력적이진 않다. 분할상환 시 금리 인하, 대출한도 확대 등 인센티브 제공도 거론되지만 아직 원론 수준에 머무는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분할상환 유인책을 언급해 신경을 쓰고 있지만, 마땅히 고객을 끌 만한 요인이 없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구기관들과 함께 해외 분할상환 사례, 국내 현황 등을 파악해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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