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폭탄 테러범 가족에 금전적 보상까지
아프간 내 피해자와 가족 비판 목소리 커져
DW "탈레반 통치의 딜레마 보여 준 사건"
"상처에 소금을 문지른 꼴이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자살 폭탄 테러로 2018년 아버지를 잃은 19세 소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이 과거 자살 폭탄 테러범을 기리며 금전적 보상까지 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1일(현지시간) 자살 폭탄 테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테러범들을 미화하는 탈레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아프간 재장악 직전까지 탈레반이 벌인 수많은 자살 폭탄 테러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물론, 큰 부상을 입고 직업을 잃은 경우도 허다한데 현 탈레반 정권이 이를 무시한 탓이다. 앞서 시라주딘 하카니 과도정부 내무장관은 지난달 19일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자폭범 유족을 만나 자폭범을 '이슬람과 국가의 영웅'이라고 칭했고, 이후 유족에게 현금과 땅까지 제공했다. 극단적 테러 집단 중 하나인 하카니네트워크의 수장인 하카니 장관은 2017년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트럭 폭탄 테러 등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비난은 온라인을 통해 쏟아졌다. 테러 희생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많은 아프간인이 탈레반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언론인 출신인 사예드 타리크 마지디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조만간 자살 폭탄 테러범들의 새로운 카불 주거 단지를 방문하겠다"며 테러를 옹호한 탈레반을 비꼬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같은 갈등은 탈레반 통치 방식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탈레반은 내부 강경파를 다독여야 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정상국가 인정'을 받기 위해 온건 정책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번 테러범 치하 발언도 강경 대원들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합류하는 '인력 유출'을 막으려는 조치로 읽힌다. DW는 "탈레반은 자신들의 자살 폭탄 테러범들을 찬양하고 있지만, 정작 IS-K의 테러로 통치에 위협을 받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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