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 '교황청 외교' 특징 설명
"교황과 독대 개별 면담, 고해성사와 같은 개념"
교황청은 내용 비공개 원칙, 자료에 빠진 이유
면담자 측에선 양해 구하고 일부 공개할 수도
"왜 없냐고요? 당연히 없지요!"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 페이스북)
지난 달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 이후 청와대는 두 사람 사이 오간 방북 관련 대화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방북을 제안하자, 교황이 "(북한이 초청하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내 일부 언론은 '교황청이 공식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교황이 방북 의사를 언급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청와대가 '방북 외교'를 띄우려고 '오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해당 보도에 대해 "참 이해 안 되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지만, 빠진 경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궁금증은 남았다.
주교황청대사 지낸 이백만의 '원포인트 가톨릭 레슨'
왜 빠졌을 까. 주교황청대사를 지낸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과 교황이 나눈 방북 대화가 왜 교황청의 공식 발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답은 '독대의 비밀'에 있었다. 교황과의 개별면담(private audience)은 배석자 없이 단둘이 이야기하는 독대 형태로, 고해성사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한다. 언어적 문제가 있을 경우 통역이 불가피하게 배석하지만, 통역은 면담이 끝나는 즉시 사라지는 존재로 볼 수 있다. 즉 개별 면담에 나선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원칙적으로 바깥으로 나가거나, 공개해서는 안 되는 구조인 셈이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은 이 비밀스러운 '개별 면담'으로 진행됐다. 이 사장은 "교황님이나 교황청은 교황님의 개별 면담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 고해성사 내용을 사제가 발설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 교황청 외교 관행 몰라... 중대한 오류" 지적
이 사장은 이 점을 상기시키며 방북 관련 내용이 교황청 공식 보도자료에 없다고 지적한 일부 언론을 향해 "교황청 외교 관행을 몰라서 나온 중대한 오류"라고 탄식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어떻게 공개할 수 있었을까. 이 사장은 "면담자 측에서 교황청 측에 사전에 양해를 받아 면담 시 대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있다"며 "문 대통령은 이 원칙에 따라 교황님 말씀 일부를 공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초청이 오면) 기꺼이 가겠다"는 교황의 발언은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청와대가 발표한 자료에는 들어가 있지만, 교황청의 자료에는 빠졌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제가 교황청 대사를 할 때에도 이 관행을 철저히 지켰다”고 했다.
이 사장은 문 대통령이 앞서 이탈리아 로마와 바티칸을 방문했던 2018년 10월 주교황청대사로 재직하며 문 대통령 방문 일정을 뒷받침했다. 기자 출신인 이 사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당시 이 사장이 홍보수석,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이었다. 이 사장은 지난 달 7일 코바코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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