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준 지난해보다 사용량 72배로 급증
백신 증명서·백시니스타… 파생어도 많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백신(Vaccine)’의 줄임말인 ‘백스(Vax)’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대유행이 일상 언어 생활에 끼친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편찬하는 옥스퍼드랭귀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스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옥스퍼드랭귀지는 해마다 영어권 뉴스에서 수집한 단어 145억 개를 연구·분석해 시대상을 가장 잘 대변하는 한 단어를 선정해 왔다.
올해 백스가 선정된 이유는 사용량 폭증이다. 9월 기준으로 사용 빈도가 지난해보다 72배 이상 증가했다. 백신과 관련된 용어인 ‘2차 접종(double-vaxxed)’ ‘미접종(unvaxxed)’ ‘완전 접종(fully vaxxed)’ ‘백신 반대론자(anti-vaxxer)’ ‘접종 증명서(vax cards)’ 등 파생어도 여럿 만들어졌다. 옥스퍼드랭귀지는 “백스가 영어의 혈류에 자신을 스스로 주입했다”고 평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언어권에서도 나타났다. 일례로 포르투갈에서는 10년 전과 비교해 ‘백신’ 언급 빈도가 10배 늘었고, 이제는 본래 뜻을 뛰어넘어 아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미하는 단어로 굳어졌다고 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수석편집자 피오나 맥퍼슨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다른 단어들도 사용 빈도가 증가했지만 그중 백스가 단연 최고였다”며 “그 자체로 짧고 강렬하며 주의를 끄는 단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새로운 파생어가 넘치는 만큼 단어 자체로도 매우 생산적 성격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백스를 활용한 재치 있는 신조어들도 널리 사랑받았다. 백신과 셀피(selfie)를 합친 말로 백신 맞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뜻하는 ‘백시(vaxxie)’, 백신 맞은 것을 과시하는 사람을 ‘패셔니스타(fashionista)’에 빗댄 ‘백시니스타(vaxinista)’,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백스 패스(vax pass)’ 등이 대표 사례다. 캐스퍼 그라스볼 옥스퍼드랭귀지 대표는 “백신이 공중 보건과 지역 사회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그동안 ‘기후위기’ ‘셀피’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탈진실)’ ‘유스퀘이크(youth quake·청년들이 세상을 바꿔 내는 진원지 역할을 한다는 뜻)’ 등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해 왔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에는 “전례 없던 한 해라, 한 단어를 뽑기 어렵다”면서 처음으로 선정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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