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최소 8명 숨져
서로 책임 미루다… 인도주의적 위기 심각
나흘간 바다 떠돌던 아프간 난민, 그리스로
유럽 곳곳에서 높은 국경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갈 곳을 찾지 못한 이주민들의 안전이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는 수개월간 오도가도 못 하던 난민들 중에 사망자도 발생했다.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최근 몇 주간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최소 8명의 난민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에서 넘어 온 수천 명이 산림 지역인 국경 지대에서 식량도 피난처도 없이 지내다가 발생한 일이다. 이주민들은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 변변한 쉼터도 없어 장기 노숙을 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현장 점검을 하고 돌아온 이주민 구호단체 측은 더 많은 인명 피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보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의 음식과 물, 피난처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약 4개월 전부터 양국 국경 지역에 이주민들이 갇히다시피 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가 터진 지난 8월부터 폴란드가 보다 강력하게 국경 통행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폴란드 국경 약 3㎞ 구간에는 언론인과 구호단체 등을 포함한 모든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고, 약 1만 명의 군인도 투입됐다. 폴란드를 포함한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의 난민 떠넘기기'라고 맞서고 있다. EU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 일환으로 난민들을 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해상에서도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터키 국적의 선박이 이탈리아로 향하던 중 엔진 문제를 일으켰고, 조난 신호를 보냈지만 그리스와 터키 어느 쪽도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주로 아프간 난민이 탑승한 이 선박은 충분한 식량도 물도 없이 그대로 나흘간 바다를 헤매다가 31일이 되어서야 그리스 정부로부터 하선을 허가받았다. 그리스 이민부는 이 선박의 승객은 약 375명으로 대부분 젊은 아프간 남성들이라고 전했다. 최근 수년간 망명 신청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덧붙였다.
마지못해 하선을 허락한 그리스 정부는 EU 이웃국가들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노티스 미타라치 이민부 장관은 "터키 등이 문제를 외면한 것과 달리 그리스는 어려운 사람에게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을 했다"면서도 "그리스는 이주 위기를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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