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美英 핵잠 기술 이전... 佛 잠수함 계약 파기 '뒤끝'
마크롱 "호주, 선 넘지 말아야... 행운을 빈다" 비꼬기도
“호주는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호주를 상대로 이같이 분통을 터트렸다. 미국과 영국,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파트너십, 이른바 ‘오커스(AUKUS)’를 체결함에 따라 프랑스가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빼앗겼다는 분노가 여전히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프랑스와 호주는 양자 정상회담을 열지 않았다. 오커스 출범 파장이 여전히 ‘활화산’ 같은 상태라는 사실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G20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가 오커스 협정을 비밀리에 진행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잠수함을 받기로 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거짓말’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분노는 계속 표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합의 실현을 검토할 18개월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호주에) 행운을 빈다”고 비꼬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이 오커스 협정에 따라 향후 18개월간 원자력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게 되지만, 자국이 뒤통수를 맞았던 것처럼 호주도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우리 사이에 존중이 있을 때, 호주는 진실해야 하고 또 선을 넘지 말아야 하며 지속해서 이런 가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호주는 미국, 영국과 오커스를 발족하면서 핵무기 보유국인 두 나라에서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6년 프랑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방산업체 나발그룹과 맺었던 660억 달러(약 78조 원) 규모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프랑스는 당시 “동맹국을 무시했다”며 강한 분노를 터뜨린 뒤, 주미·주호주 프랑스 대사를 잇따라 소환했다. 영국과의 국방장관 회담 취소, 제76차 유엔총회 불참, 유럽연합(EU)에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중단 요청 등을 통해 항의의 뜻을 거듭 표했다.
특히 프랑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의 ‘사과’도 받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G20 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 품위 있게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프랑스 관계가 해결됐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신뢰는 사랑과 같다. 선언은 좋지만 이를 증명해 보이는 게 더 좋다”며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미래”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만족할 만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호주는 ‘(프랑스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는 지난 6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재래식 잠수함은 호주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 만찬을 함께 했을 당시에는 오커스와 관련해 “어떠한 합의도 이뤄진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원자력 잠수함) 인수는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도입 무산 가능성’ 제기를 일축하며 자국 결정을 옹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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