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출연 마블 영화... 3일 개봉
외형이 화려하다. 믿고 본다는 마블 영화다. 신예 스타 감독이 연출하고, 유명 배우 여럿이 출연한다. 게다가 마동석이 등장한다. 한국 관객들 호기심을 자극할 요소다. 이렇게 기대를 할 만한 영화는 드물다. 하지만 실망이 클 수도 있다. 3일 개봉하는 ‘이터널스’는 범작을 넘어서지만,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
‘이터널스’의 주인공들은 7,000년 전 외계에서 온 불멸의 존재 10인이다. 지적 생명체를 먹잇감으로 삼는 괴물 ‘데비안츠’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죽지 않기에 이들은 ‘이터널스(Eternals)’로 불린다. 이들은 각자 능력이 다르다. 리더인 에이잭(셀마 헤이엑)은 어떤 상처든 바로 치료할 수 있고, 이카리스(리처드 매든)는 하늘을 날 수 있으며 눈에서 레이저 같은 강력한 빛이 나온다. 길가메시(마동석)는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이고, 세르시(젬마 찬)는 물질을 바꿀 수 있는 신통력을 지녔다. 이들은 각자의 능력으로 협업하며 데비안츠와 싸워왔다. 수백 년 전 데비안츠를 지상에서 모두 제거한 후 이들은 각자 흩어져 살고 있다. 하지만 영국 런던에서 학자로 살아가던 세르시 앞에 데비안츠가 나타나며 평화로운 일상은 깨진다.
영화는 이터널스가 다시 규합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연인이었던 세르시와 이카리스가 옛 팀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가족처럼 수천 년을 함께하고도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 이유가 드러난다. ‘출생의 비밀’과 더불어 자신들 임무의 이중성까지 밝혀진다.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마블만의 세계인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새 단계(4기)를 구축하는 영화 중 하나다. 관객이 익숙지 않은 캐릭터를 소개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중반부까지 설명조로 전개된다. 더군다나 영화의 중심인물은 10명이다. 세르시와 이카리스에 무게중심을 둔다고 해도 다른 캐릭터들을 골고루 다뤄야 한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런 기능적 임무를 일단 수행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려 한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첫 연출해서 그런 걸까. 자오 감독은 파격보다 무난한 화법을 취한다. 잦은 플래시백으로 캐릭터들의 사연을 들추고, 거대한 비밀까지 드러낸다. 반복되는 화법과 설명조 이야기 전개로 전반부는 지루하다. 반전이 이뤄지고, 선악의 구분이 보다 명확해진 후반부부터 이야기는 속도를 낸다. 다양한 액션이 후반부에 집중 배치되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2019)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3관왕(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성과를 일궜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전하며 서정을 일으키는 그의 인장은 ‘이터널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심 캐릭터들이 신과 같은 존재이면서도 자신들보다 월등한 존재의 통제를 받으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 영웅으로 여겼던 자신들이 또 다른 악일지 모른다고 회의할 때 자오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마동석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출연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나 주먹과 손바닥을 활용한, 간결한 액션으로 영화의 주요 볼거리를 담당한다. 큰 덩치와 험상궂은 얼굴에 반하는 아이 같은 행동이 웃음을 빚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클 대목도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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