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주한 대출금리 5% 시대
당국 대출 죄기에 은행들 "가산금리 인상 불가피"
당국도 내심 반겨...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기정 사실화
# 직장인 박모(38)씨는 최근 주거래 시중은행에서 금리 4.2%짜리 혼합형(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다. 지난 5월 매매할 집을 보러 다닐 때만 해도 3% 초반이던 금리가 약 6개월 만에 1%포인트 가까이 뛴 것이다. 박씨는 "연초만 해도 금리가 올라봤자 얼마나 오르겠냐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동료들 사이에 '금리는 오늘이 제일 싸다'란 말까지 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평균금리가 약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는가 하면, 일부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가 연 5%를 넘기는 사례도 나왔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을 제어할 명분도 없어졌다. 오히려 가계 대출 증가세를 잡으려는 정부는 은행권 금리 인상을 속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할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주담대 4년 만에 5%대 진입... 가산↑, 우대금리↓
31일 금융권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 주담대(신규취급액 기준) 평균금리는 한 달 새 0.13%포인트 상승한 연 3.01%로 2016년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KB국민과 우리 등 일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최고 연 5%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5%를 넘어선 것도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등 시장금리 오름세를 틈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달아 올린데다, 대출 증가세를 옥죄려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각종 우대금리를 축소한 결과다.
즉 은행들이 시장금리에 더하는 가산금리를 자체적으로 인상하거나, 거래 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이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당국이 부채질한 대출금리 인상 "더 오를 일만"
문제는 앞으로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 8월에 이어 오는 11월 25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밝힌 상태다. 시장에서도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한편, 내년까지 2~3차례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가 최대 1.75%까지 오를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올려 뭇매를 맞던 과거와 달리 정부의 대출 규제 강도가 세지면서, 대출금리 인상을 제어할 명분도 없어졌다. 2017년 말 일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최고 연 5%를 웃돌자 당시 금융당국은 "가산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후 은행들은 재빠르게 가산금리를 내렸고 주담대 금리가 한 달 만에 재차 최고 4%대로 떨어지는 등 금리 상승세가 꺾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강해질수록 은행으로선 금리 문턱을 높여 대출을 제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내년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 오름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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