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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넘어서려면

입력
2021.11.0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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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31일 경선 마지막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날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상암 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넷볼'(영국에서 농구를 모방해 만들어진 여성 전용 스포츠) 경기를 체험하기 전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31일 경선 마지막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날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상암 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넷볼'(영국에서 농구를 모방해 만들어진 여성 전용 스포츠) 경기를 체험하기 전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람이 먼저'이고 '정책이 미래'이며 '참여가 힘'이라 외치며 대권을 거머쥐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 5년. 아무리 그의 열성 지지자라도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숨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2년 대선 도전장을 던지며 그가 책 '사람이 먼저다'에서 제시했던 청사진과 야망의 결과는 무엇일까. 자신을 오래도록 울지도 날지도 않고 때를 기다린 큰 새로 빗대며 불비불명(不飛不鳴) 이후를 온통 기대하도록 했건만, 국민에게 한 번이라도 근사한 날갯짓을 보여준 적이 있었나 싶다.

'사람이 먼저다'를 다시 들여다보자니 정치인 문재인의, 이제는 이룰 수 없게 된 다짐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기득권의 벽을 모두 손잡고 넘어가자며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소개한 대목(42p)에선 거듭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부패로 계층 이동 사다리를 놓쳐버린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가 떠오른다. 한 민간연구기관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3년간 상위 2%의 자산은 5억 원 증가한 반면, 하위 30%의 자산은 평균 900만 원에서 0원으로 떨어졌다. 넘기 쉽게 벽을 낮추기는커녕, 그 벽을 더 공고히 했다.

'소통을 이루려면 듣기 싫은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던 초심이 적힌 부분(65p)은 쓴웃음마저 짓게 한다. 귀를 닫아온 문 대통령을 두고 지난해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쓴소리 해줄 사람을 청와대로 불러 많이 들으면 좋겠건만, 스스로 고독을 키워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출마를 앞두고 정치인 문재인이 시대정신의 하나로 꼽았던 국토균형발전(50p)의 성적표는 어떠한가. 한국일보는 끊임없는 '청년유출'로 고향이 소멸되는 2021년 지방불균형의 현장을 진단(9월 9일 자)했다. 사람이 먼저라 했건만, 관습과 제도의 콘크리트에 갇힌 '차별금지법 통과'의 마침표는 언제 찍을지 요원하다. 정책이 미래라는 선언은 집값을 두 배로 올려버린 과오 하나만으로 구겨진 지 오래다. 참여가 힘이라 했지만, 내로남불 불통의 틈바구니에 과연 국민의 자리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누구도 쉽사리 만족할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저물고 있다. 오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되면 제3지대를 포함해 대략 4, 5명으로 제20대 대통령의 주요 후보군이 좁혀진다. 문재인 정부가 초심을 지키지 못하고 내려놓는 숙제를 이어받을 새 리더의 시간이 눈앞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마음이 실현되지 못한 아쉬움을 지닌 채, 새로운 리더를 선택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그러나 납덩이를 매달았다. 도덕적인 흠결에 대한 우려, 그리고 해소되지 않은 부정의 가능성을 짊어진 후보들. 정제되지 않은 언행과 준비되지 못한 밑천이 부끄럽지 않아 보이는 후보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많게는 50%까지 부동층이 형성되는 이상 현상이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정답이 보이지 않는 시험지를 앞에 둔 부담감은 어쨌든 국민의 몫이다.

찬바람이 기세를 더할 때쯤, 우리는 5년 전 촛불을 함께 들었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출발점에 세웠던 동력은 그때 광장에서 맞잡았던 손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누구라면 그토록 부족하고 아쉬웠던 문재인 정부의 과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주체는 그날 광장 안팎에서 마음을 모았던 유권자들이 되어야 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시작됐다.

















양홍주 디지털기획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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