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교황 방북, 한반도 평화 모멘텀"
남북·북미 경색 장기화 및 코로나가 변수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의지를 재확인했다. 2018년 10월 교황청 방문 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한 데 이어 3년 만에 방북을 요청하면서다. 한반도 평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3년 전에 비해 녹록지 않은 여건과 북한의 호응이 관건으로 꼽힌다.
교황 "북한 초청 있으면 기꺼이 방문할 것"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20분간 단독 면담했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담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 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 후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에서 철거된 폐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며 "다음에 꼭 한반도에서 뵙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지난 방문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해주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축복해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면담에 대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은 2018년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방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및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촉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남북 및 북미대화 분위기가 고조됐던 2018년에 비해 경색된 한반도 주변 환경은 걸림돌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내 교황의 방북이 쉽지 않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등에 '文 임기 내 방북' 낙관 어려워
2019년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 및 북미대화는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최근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고리로 대북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며 반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교황 초청 의사도 2018년 이후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결정적 변수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 고령(85세)인 교황의 건강을 감안하면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내년 봄 이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교황 면담에 이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면담을 갖고 약 1시간 7분 동안 한국과 교황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피에트로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북한 주민의 어려움과 관련, 언제든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지난 6월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것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靑, 기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은 없어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교황을 면담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약식으로나마 회담을 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왔다. 실제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시간을 별도로 빼놨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피에트로 국무원장이 면담할 때, 바이든 대통령이 교황청에 도착했다"며 "입구와 출구가 달라서 조우하는 상황이 펼쳐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에 기대가 컸던 건, 최근 한미가 종전선언을 두고 심도 싶은 대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종전선언 관련 메시지를 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선언이 언급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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