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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두번째 "수입 허용"...하지만 리얼돌 논란은 또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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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두번째 "수입 허용"...하지만 리얼돌 논란은 또 불붙었다

입력
2021.11.20 13:0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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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년 이어 두번째 수입허가 판결
판결 결과 두고 온라인 반응 확실히 엇갈려
리얼돌 상용화 두고 찬반 격렬히 대립 중
기준 마련 위해 법률 개정과 정책 필요


2019년 8월 유튜버 찬우박이 강남역에서 벌인 리얼돌 수입 및 판매 합법화 찬성 퍼포먼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오른쪽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2019년 9월 28일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 모습. 연합뉴스

2019년 8월 유튜버 찬우박이 강남역에서 벌인 리얼돌 수입 및 판매 합법화 찬성 퍼포먼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오른쪽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2019년 9월 28일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 모습. 연합뉴스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온라인에서 리얼돌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리얼돌은 신체를 정교하게 재현해 만든 성인용품으로 2019년 첫 수입 허가 판결 뒤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년이 지난 후 대법은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렸지만 누리꾼들은 또다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리얼돌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 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A사에 승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세관 당국이 A사가 수입한 리얼돌을 세관법상 금지 수입 품목인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분류해 통관을 보류하자 A사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은 그 모습이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성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면서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얼돌 허가 판결에 엇갈린 반응..."당연" vs "사법부가 문제"

2019년 10월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세관에서 리얼돌의 수입은 막고 있지만, 국내 생산 업체가 45곳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뉴스1

2019년 10월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세관에서 리얼돌의 수입은 막고 있지만, 국내 생산 업체가 45곳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뉴스1

남성 이용자가 대다수인 남초 커뮤니티와 여성 이용자가 대다수인 여초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애초에 소송까지 하는 상황이 웃긴 일이다", "성인용 인형일 뿐인데 저걸 막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지", "개인적 성적 해소를 언제까지 나라가 관리하냐" 등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을 당연시하는 반응이 많다. 그럼에도 통관 보류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관세청을 향한 비판도 눈에 띈다. "관세청장이 법원 판결 무시하고 통관 허가를 안 해주는 게 더 문제다", "대법원에서 허가한다는데 관세청에서 도대체 왜 막냐"는 식이다.

반면 여초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향해 "도대체 법원이라는 데서 제대로 하는 일이 뭔지… 보는 것마다 속 터짐", "법은 왜 도태하는 거냐", "앞으로 생길 악영향이나 피해는 전혀 고려 없이 판결 막하네"는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성범죄 처벌도 그 따위로 하는데 어련하시겠어", "사법부는 성범죄, 성 관련, 변태적인 성욕에 대해서 참 관대해" 등 사법부를 향한 불신도 드러냈다.



①찬성 "개인의 성적 만족 위한 성인용품... 자유 보장해야"

2020년 5월 '2020 K리그1'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리얼돌로 보이는 인형들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2020년 5월 '2020 K리그1'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리얼돌로 보이는 인형들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리얼돌에 대한 엇갈린 반응은 2019년 처음 논란이 된 후 결론이 뚜렷하게 만들어지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리얼돌 상용화를 찬성하는 측은 개인의 성적 만족을 위한 성인용품 사용은 사적 영역이자, 개인의 자유이므로 나라에서 규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리얼돌 또한 최근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는 다른 성인용품과 같은 물품이라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흔히들 쓰는 자위 도구와 뭐가 다르다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쓰든 말든 자기 자유"라고 말했다.

사실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실제 리얼돌을 직접 사거나 써보겠다는 뜻을 밝힌 누리꾼은 많지 않다. 대신 설사 자신이 사용 의사는 없지만 국가가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솔직히 형식상 찬성하지 실제로 쓰는 사람 별로 없을 듯", "개인적으로는 리얼돌 징그럽지만 개인 취향을 통제하는 건 웃기는 일이라 생각해서 대법원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리얼돌을 수입하고 사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 중 일부는 "여자들이 인형에 질투심 느껴서 그런다", "남자들이 여자를 필요 없어 할까 위기의식 느껴서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②반대 "단순 성도구 아냐...여성 성적 대상화와 범죄 가능성"

서울 청계광장에서 2019년 9월 28일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미러링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청계광장에서 2019년 9월 28일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미러링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리얼돌을 반대하는 측은 여성의 신체를 재현한 리얼돌이 단순히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가 아니며, 성범죄를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한 누리꾼은 "(남성들은) 성욕을 해소하는 것보다 저항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 것"이라며 "인형의 반응은 한정적일 테니 실제 인간에게까지 그런 인식과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 학교 앞에서 '성신여대 아가씨'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는 리얼돌숍도 있었는데 난 졸지에 창녀가 된 기분이 들었다"며 "평범한 여성들을 투영해놓고는 자기들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존재로 만들려는 게 너무나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도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성매매하는 남자들이 여자가 그냥 몇 만 원짜리로 보인댔는데 리얼돌은 어떻겠냐", "도구의 인간화가 인간의 도구화가 될까 봐 무섭다", "리얼돌은 성욕을 풀기 위한 '도구'인데, 거기에 익숙해진 사람은 도구와 닮은 여성을 과연 사람으로 볼까 성욕 도구로 볼까?" 등이다.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금지' 청원. 당시 2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금지' 청원. 당시 2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일부는 아동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상용화할 때 사회적으로 끼칠 나쁜 영향은 물론 실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고객이 실존하는 인물의 얼굴과 닮게 주문 제작이 이뤄질 경우 그 대상이 되는 여성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인 능욕이라며 일반인 여자 얼굴을 합성하고 딥페이크로 여자 연예인 얼굴을 야동에 합성하는데 안 봐도 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동의 모습을 한 리얼돌로 유아성애를 부추기고,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실제 온라인에 올라오는 리얼돌 후기에서 이미 아동의 모습처럼 보이는 리얼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확한 기준 만들기 위한 법 개정과 정책 마련 필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이 3월 3일 오전 대외협력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이 3월 3일 오전 대외협력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리얼돌의 수입 자체를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구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나 아동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금지하는 등의 법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허가제로 판매하고 아동 형태, 사진 본뜨는 거 단속을 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 제작과 판매, 소지를 규제하는 법률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 리얼돌 허용 기준은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기준이 없으니 관세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 최근 5년 동안 통관 보류된 리얼돌 수입 신고건이 1,056건에 이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수입과 통관 보류, 소송 제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행정 비용은 물론 소송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리얼돌은 사람의 형상과 거의 흡사한 실물이기에 여성의 신체나 성 관념 등에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어 무분별한 수입과 유통은 지양돼야 한다"며 "리얼돌 산업 기준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관련 법 개정과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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