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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답형 해법만 내놓은 대선후보들

입력
2021.11.0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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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TV토론과 공약에서 드러난 대선 후보들의 문제해결 능력이 걱정이다. 국가의 산적한 어려운 과제들에 객관식 혹은 단답형 문제 정답 맞추기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의 정답은 공공개발, 민간개발, 민관개발 중 무엇인가.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대책은 음식점 허가총량제다, 혹은 아니다. 대학입학정책은 100% 수능 전형이 정답이다. 답만 제시할 뿐, 풀이 과정은 없다. 세상일은 객관식과 단답형으로 결코 풀리지 않는데 말이다.

공약들은 기존 법규와 규범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맥락을 무시한 외국 사례가 빈번히 인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철학도 비전도 보이지 않고, 현실에 대한 충실한 관찰과 학습도 없다. 그러다 보니 판을 깨고 나가는 창의적 발상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그래서 감동도 없다. 그 어려운 사법시험과 경제학 박사학위 과정도 이런 것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창의적 잠재력, 즉 '창의성'을 갖고 있다. 다만 스스로를 폐쇄적 고정관념, 협소한 관점, 그리고 제한된 지식의 함정에 가두기 때문에 창의성이 위축될 뿐이다.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문제의 핵심으로 바로 파고들어가면 우리 주위의 어려운 문제들을 의외로 잘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공대의 대표 브랜드인 '디스쿨(d.school)'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디자인하는 방법을 '디자인 씽킹'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 스탠퍼드공대의 젊은 교수들이 격렬한 토론을 했다. 자신들이 실험실에서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왜 소비자에게 외면받는가. 정말 중요한 무엇을 빠뜨린 것이 아닌가. 소비자들이 정말 생각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소비자에 대한 현장 관찰과 감정이입 훈련을 시작했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철저히 귀납적인 접근이다. 일단 발견한 문제에 대한 무제한 토의로 문제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의한다. 정의된 문제의 해결방법을 아이디어화해서 실험실에서 프로토타입, 즉 시제품을 만들고,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앞선 감정이입 단계로 돌아간다. 고정관념과 편협한 관점, 제한된 지식을 뛰어넘는 창의적 아이디어 디자인 방법이다. 디자인 씽킹 방법은 공학뿐만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혁신 디자인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물론 디자인 씽킹이 유일한 문제해결 방법은 아니다. 미국의 국제분쟁 해결 전문가 아담 카헤인은 에너지 개발과 환경문제, 남아프리카의 인종문제, 남미의 저성장과 마약,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에서의 미래 시나리오 구성과 토의 방법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그의 저서 '통합의 리더십'(2008)에서 자세히 보고했다. 이 또한 철저히 귀납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문제해결 방식이다.

20년 후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어려운 문제들을 마주할 것이다. 기후와 환경, 의학과 보건, 경제와 일자리, 통일 그 이후, 복지와 교육, 기계와 인간의 조건 등 다양한 미래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 대학은 문제해결에 최적화된 미래사회 리더를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20년 후에는 이들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문제해결 처방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국가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의 한 표를 바라보지 말고, 국민의 삶의 현장과 미래의 꿈에 진정성 있게 감정이입하는 연습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미래 리더들의 아이디어 디자인 근육을 키워주기 위해, 그래서 어려운 문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 어떤 교육을 할지 숙고해야 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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