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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북 성사돼 한반도 평화 물꼬 틀 계기 되길

입력
2021.10.3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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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해 교황청 특별영접관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해 교황청 특별영접관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 등 유럽 순방 첫 일정으로 29일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방문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 역시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교황에 방북 요청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황 초청 의사를 확인한 문 대통령은 그해 교황을 만나 이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당시도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응하겠다"며 적극적인 방북 의지를 보였다. 교황은 이후에도 "남북한 지도자와 손 잡고 판문점 걷는 것이 나의 꿈이다"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방문하고 싶다"며 한반도 평화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시해왔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교황의 방북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미 간에 이어지는 신경전을 해소하는 전략의 하나로 자리매김될 수 있고 방북 때 식량과 코로나 백신 등 대북 지원 물자까지 제공된다면 남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세기의 이벤트가 당장 성사되리라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로 국경을 닫아 건 북한이 언제쯤 개방하고 정상적인 외교에 나설지 우선 미지수다. 고령에다 최근 수술까지 한 교황의 건강이나 교황 해외 방문 일정이 최소 1년 전 확정되는 것도 변수다.

한미는 최근 외교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대북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물론 종전선언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교황 방북에 기대기보다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멈춰 선 북미 대화나 최근 통신선을 연결하고도 본격적인 연락을 주고받지 못하는 남북 간 소통 재개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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