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 조세영 변호사 여섯 가지 조언
"지적도·위성사진 등 동원해 유혹"?
"고객이 '직접 가보자' 해도 지번 알려주지 않아"
"관할 시군구청에 개발계획 있는지 확인해 봐야"
소녀시대 태연 등 3,000명이 당한 것으로 알려진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 관련해 부동산 전문 조세영 변호사는 "살 땅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고 해도 '가봐도 모른다'며 지번을 알려주지 않고 사진과 그림으로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귀한 정보라 아무도 모르는 정보라고 솔깃하게 접근할 경우에는 해당 행정기관은 모를 리 없기 때문에 시청, 군청, 구청에 문의해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 변호사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획부동산 사기사건은 종종 발생했지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3,000여 명에 달하고 피해액도 2,500억 원에 달해 단일 기획부동산 피해 규모로는 최대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유망한 땅이라고 속여 투자자들 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와 농지법 위반)로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등 4명을 수사하고 있다. 야생동식물 서식지라서 군용이나 도로 등 공공용지가 아닌 이상 개발이 불가능한 땅인데도 역이랑 가까운 지도를 보여주며 '역세권이라 아무리 강한 개발제한이 걸려 있어도 곧 개발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속여 약 세 배 이상 되는 가격에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조 변호사는 전했다.
"직원도 사게 하고 얼마나 좋은 거냐 할 정도로 교육"
그는 이번 사건의 몇 가지 특징을 꼽았다. 조 변호사는 "괜찮은 부동산 컨설팅 그룹인 것처럼 TV광고도 하고 ISO 인증도 받았다는 식으로 채용 공고를 내 직원들이 모집되면 직원들을 상대로 이 땅이 얼마나 좋은 땅인지를 브리핑을 멋지게 한다"며 "직원들조차도 '정말 가치가 높은 땅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는 구나'라고 생각해 직원 본인과 가족도 사고,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하니까 '직원이 샀다면 이 땅이 얼마나 좋은 땅이겠냐'(는 식으로 영업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예전에는 단순히 말로만 설명했다면 이제는 지적도라든지 위성사진을 동원해 실제로 그 땅을 가보지 않더라도 굉장히 괜찮은 땅이라고 보여줄 수 있는 IT 기술을 쓰는 것 같다"며 "(피해자) 거의 대부분 안 가보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법을 보니까 (고객이) '직접 가보자'라고 하면 구체적인 지번을 잘 알려주지 않고, '가보셔 봤자 땅이랑 나무랑 풀밖에 없는데 알아보실 수 있겠냐'며 위성사진 보여주면서 그림으로만 설명했다"며 "직원 교육 때 회사에서 그렇게 했다(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파트를 사는 경우라면 이 집이 좋은지 안 좋은지 문외한이라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토지는 일반인에게 어렵다"며 "지적도 열심히 보고 (직접 가) 봐도 어디가 어딘 줄 어떻게 압니까? 바위 끝부터 여기 땅 끝까지가 그 땅이라고 설명하면 사실 옆 땅을 보여줘도 모른다. 저희가 상담한 사건들도 주로 안 보신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 변호사는 "예전에는 규모가 작은 경우 사기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설명하는 그 많은 부분은 대부분 서류를 남기지 않고, 계약서에는 간단하게 어떤 땅을 얼마에 판다라고만 적혀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도 모르는 귀한 정보'라 유혹하면 시군구청에 확인해야"
그렇다면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 변호사는 우선 "①내가 잘 모르는 토지에는 투자 안 하는 게 정답이고, ②그래도 투자하고 싶다면 등기부등본, 토지이용계획원, 지적도, 토지대장, 토지이음 등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는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며 "③해당 주소지를 정확하게 입력하면 서류를 발급받으실 수 있어 꼼꼼히 땅의 현황을 파악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귀한 정보라 아무도 모른다'는 식으로 접근해 현혹할 경우에는 "④그 정도의 확실한 호재나 계획이 있다면 관할 시청, 군청, 구청이 모를 리 없으니까 해당 행정기관에 전화해 실제로 그런 개발계획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또 ⑤처음부터 마지막 계약서 쓰고, 등기하는 날까지 모든 일을 기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⑥설명해 준 팸플릿, 자료, 보여줬던 지도, 이런 거 다 꼼꼼히 모아놓고, 통화할 때도 녹음해놓는 게 좋다"며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나는 이렇게 듣고 샀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고 차이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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