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3.5조 달러에서 1.75조 달러로 줄여
펠로시 의장, 인프라 예산법 처리 방침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절반 가까이 감축한 사회안전망 강화 법안을 발표하며 의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현 행정부가 그간 해당 법안에 역점을 뒀던 점을 감안하면, 예산 규모를 ‘반 토막’을 내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예산과 패키지로 묶인 인프라 법안 처리 시점이 새 뇌관으로 떠오르며 또 다시 진통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유럽순방에 앞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1조7,500억 달러(약 2,048조원)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는 “몇 달간의 힘든 협상을 거쳐 역사적인 경제 틀을 마련했다.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이 타협”이라고 강조하며 빠른 의회 처리를 호소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3조5,000억 달러(약 4,096조 원) 복지 예산이 공화당 반대에 부딪히자 민주당 자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예산 조정’ 절차를 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경우 여야 50 대 50인 상원 분포상 민주당 이탈자가 한 명도 없어야 하는데, 당내에서도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반발에 나섰다. 이에 ‘반란표’를 막기 위해 사회안전망 예산안 규모를 절반 수준까지 줄이며 처리를 압박한 셈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참석을 코 앞에 둔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다급하게 절충안을 내놓은 것은, 복잡한 국내 문제를 일단락 짓고 외교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유럽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국제사회의 대표적 협력 과제로 제시하며 관련 논의를 주도해온 기후변화 대응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자리다. 예산안에는 미국의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5,550억 달러(649조 원)의 재원이 포함돼 있어 예산안 처리 향배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국제사회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절충안에는 기후변화 외에 메디케어(고령층 의료 보험) 등 의료지원과 무상교육 확대, 저소득층 가정의 세액공제 등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지만, 당초 계획보다는 상당 부분 후퇴했다. 또 약 700명의 극부유층을 대상으로 추진한 ‘억만장자세’를 철회하는 대신, 소득 1,000만 달러(약 117억 원) 이상자에 대한 세율 인상 등 부분적 증세를 추진할 방침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패키지 법안 처리에 속도를 한층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방문 직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르면 이날 중 인프라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애초 하원은 이달 초 1조2,000억 달러(약 1,404조 원)의 인프라 예산안을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민주당 진보진영이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담보 차원에서 패키지 처리를 주장하며 일정이 밀린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내 진보 진영이 반대 입장을 밝혀 난항을 예고했다. 의회 진보모임(CPC)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펠로시 의장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까지 법안 처리를 미룬다고 하더라도 동시 처리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새 제안을 열정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이날 인프라 법안 처리에는 반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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