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입국 조건 달라 개별 여행은 쉽지 않을 듯
단계적 일상 회복,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해외 여행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전면 통제 상황까지 겪었던 여러 나라가 외국인 여행객에게 조금씩 빗장을 열고 있다. 한국인이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는 지난달 말 기준 23개국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스페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터키, 크로아티아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당수 유럽 국가와 몰디브, 요르단, 하와이, 괌 등이 포함된다.
태국은 이달부터 한국 여행객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했고, 싱가포르와는 15일부터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이 시행된다. 미국도 8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백신 접종 현황과 각국 정책에 따라 입국 기준은 상이하다. 사이판과 발리 등은 한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지 숙소에서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관광 대국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한국을 10개 ‘녹색국가’로 분류해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직항 편을 이용하는 한국인은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의무격리 조치도 면제된다. 다만 입국 전에 온라인(spth.gob.es)으로 스페인 보건 당국에서 발행하는 건강상태질문서(QR코드)를 발급받아야 하고, 도착 48시간 이내에 특별검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은진 스페인관광청 한국사무소 대표는 “코로나 방역 수칙 때문에 주요 관광지에서 시간차 입장 등 일부 제한이 있으나, 여행에 크게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유럽 국가는 스페인의 건강상태질문서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종의 사전입국신고서로 일부 국가는 별도의 비용을 받는다.
오스트리아 역시 한국을 안전 국가로 분류해 완화된 입국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흘 이상 체류한 여행객은 코로나19 완치, 백신 접종 완료, PCR 음성 진단 세 가지 중 하나의 증명서를 제시하면 격리 없이 오스트리아에 입국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한국 정부가 발행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와 입국 72시간 이내에 실시한 PCR 검사 음성확인서 2가지를 모두 갖춰야 격리가 면제된다. 온라인으로 입국 전 EU의 디지털 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
스위스는 조금 더 까다롭다. 백신 접종 완료자라도 스위스 정부의 온라인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여권에 명시된 정보 외에 방문 이유와 기간, 숙소 등의 부가 정보를 요구한다. 최대 5일이 소요되며 비용은 30스위스프랑이다. 독일 역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혹은 회복 증명서를 사전에 온라인으로 등록한 여행자에 한해 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는 한국 정부에서 인증한 업무상 필수 여행자에게만 격리를 면제한다. 일반 여행객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10일 격리가 필수다.
여행 가능 국가가 늘어나면서 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전 직원이 정상 출근하고 있는 하나투어는 내년 1~2월 태국 골프 여행객을 겨냥해 치앙마이 전세기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사이판은 연말까지 사실상 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다. 대체지로 괌 예약이 급증하고 있고, 몰디브 허니문 여행 예약 상황도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인터파크도 보라카이, 보홀, 세부, 다낭, 발리, 푸껫 등 동남아 휴양지를 대상으로 ‘얼린 허니문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양국 간 자가격리 해제 후부터 1년 내 원하는 시점에 떠날 수 있게 가격을 동결한 상품이다. 김영도 단거리상품팀 담당자는 “태국에 이어 다른 동남아 여행지도 격리 조건이 점점 완화되는 추세”라며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기획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입국 조건을 대폭 완화한 스페인 여행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관광청에 따르면, 혜초여행은 9월 말 ’산티아고 순례길 40일’ 상품을 운영한 데 이어 이달에도 여행객을 출발시킬 계획이다. 모두투어와 참좋은여행 등도 ‘스페인 일주 9일’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한국인 여행객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국가가 늘고 있지만 개별 여행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라마다 요구 조건이 달라 개인적으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현지 여행을 무사히 마쳤더라도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비행기 탑승 72시간 이내에 현지 의료기관이 발급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필히 제시해야 한다. 개별 여행자로서는 번거로운 과정이다. 귀국 후에는 다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음성으로 확인돼야 격리가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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