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에 '게임 체인저' 부상한 경구용 치료제
한국은 '약물 재창출' 한계…개발 성과 미미
전문가 "토착화될 미래 대비…개발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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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머크가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 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제약사 머크의 세계 시장 석권이 유력시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초조함이 감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를 계절성 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필수적인데 아직 국내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머크가 치고 나와 치료제 개발은 더 촉박해졌다. 어느 정도 경쟁구도 윤곽이 잡힌 국내 업체들은 변이 바이러스나 가격 하향화 등 머크와는 다른 포지셔닝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가시화된 머크의 '먹는 치료제' 상용화…국내 개발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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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웅제약 본사. 대웅제약 제공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FA)의 사용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머크는 특허 사용료 없이 다른 제약회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해 복제약을 생산하도록 할 방침이라 향후 공급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구용 치료제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국내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진도가 빠른 곳이 대웅제약(DWJ1248정)과 신풍제약(피라맥스정)인데, 모두 임상 2상 주평가변수에서 통계학적 유의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업체는 유의미한 성과에 집중해 3상까지 연구를 이어가는 게 목표다. 대웅제약은 조만간 2b상의 결과를 발표하고 3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2b상 톱라인에서 전체 환자군에 대해 유효성을 입증하지는 못했으나 기침, 호흡곤란 증상이 있는 환자 등 일부 지표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2b상 이후 주평가변수를 변경해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지 당국과 협의해 3상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풍제약은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상 승인을 받은 상태다.
제넨셀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ES16001'의 2·3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한국과 유럽 3개국, 인도까지 총 5개 국가에서 1,100여 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다. 이 외에 동화약품(DW2008S)은 2상에 돌입해 환자 모집을 진행 중이고, 엔지켐생명과학(EC-18)은 2상 완료 후 임상 2b상 또는 3상 추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개발 난항에도…먹는 치료제 개발 포기 못 하는 이유

제약·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가 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자가치료가 가능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백신 접종자 증가와 개발 난항으로 포기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경구용 치료제로 연구한 '레보비르'가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자 지난 9월 개발을 중단했다. 경구용은 아니지만 이보다 앞서 GC녹십자와 일양약품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손을 뗐다.
업계에선 약물 재창출 방식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낙 단기간에 치료제 개발을 해야 하니 새로운 약물보다는 이미 시중에 쓰이고 있는 약물의 용도를 바꾸는 전략을 택하게 됐는데, 효능 입증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적응증을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에서 새로운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 건데, 원래의 목적처럼 유효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머크의 경구형 치료제 등판으로 개발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몇몇 업체는 새로운 시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머크는 나름대로 효능, 연령층 등 타깃이 있을 텐데, 우리의 특장점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변이 바이러스 관련 수요를 타깃으로 잡고 수출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토착화될 미래에 대비해 국내 경쟁력을 다져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금은 백신에 모든 지원과 투자가 몰려 있지만 백신 수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나면 경구용 치료제에 자원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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