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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는 왜 수익을 포기했나? 대장동 사건의 최대 의문"

입력
2021.10.28 16:00
수정
2021.10.28 21: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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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응시]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김세용 교수는 26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LH 중심의 주택 공급을 지방 주도로 바꾸고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으면 대장동 사태는 또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세용 교수는 26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LH 중심의 주택 공급을 지방 주도로 바꾸고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으면 대장동 사태는 또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성남시 대장동 택지 개발과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소수의 민간업자가 막대한 수익을 얻은 게 알려진 뒤로 개발 이익 환수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이 사업에 참여한 공공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업자, 민간업자와 그들이 고문으로 앞세운 유력 인사 사이의 돈 거래 정황이 드러나 개발 비리 의심도 커졌다.

그러지 않아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각해지다 보니 개발 이익의 공공환수를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서울도시개발공사(SH) 사장을 지낸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를 26일 만나 대장동 개발사업의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들었다.

-대장동 개발이 검찰 수사에다 대선을 앞둔 정치 공방까지 겹쳐 사회 이슈가 됐다. 사업 과정에서 미심쩍은 대목은.

“이 사업은 2000년대 초반 시작돼 공영과 민간 개발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2014년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서 민관 공동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그 전까지 10년간 토지 매수를 변호사와 회계사 한두 사람이 부산저축은행에서 1,100억 원대의 자금을 빌려 했다는 것이 우선 상식적이지 않다. 뭘 믿고 이런 거액을 빌려줄 수 있는지 희한하다.

그사이 LH가 사업을 포기했다. 1년 예산이 40조 원쯤 되는 LH는 서울을 빼면 전국의 공공개발을 거의 독점한다. 특히 수도권 사업은 잘 포기하지 않는다. LH가 왜 손을 뗐는가도 의아한 대목이다. 이명박 정권의 압박이 있었다지만 그 정도로 사업을 단번에 그만둘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검찰 수사는 막대한 수익을 가져간 민간업자들과 성남도시개발공사 유착에 초점을 둔 것 같다.

“이재명 시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만들면 시 주도로 공공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LH 대신 성남도시공사 주도 공공개발은 애초 불가능했다. 공채 발행이 자본금 3배까지밖에 허용 안 되는 데다 부채비율도 따지기 때문에 1조 원 넘는 공채를 발행하기 어렵다.

지방의 개발공사가 한결같이 안고 있는 숙제이지만 성남도시공사도 개발사업에 미숙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이미 민간업자 쪽에서 10년 정도 토지 작업을 한 지역이라면 개발 과정에서 공공이 결코 갑이 아니다. 공공은 개발을 막을 힘은 막강하지만 막상 개발이 시작돼 민간업자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면 자칫 끌려 다닐 수 있다. 어느 개발이든 대규모 토지 소유주의 힘이 이만저만 아니다. 성남도시공사는 수익을 5,500억 원 규모로 확정해놓고 그걸 받는데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초과수익 환수 조항을 넣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반영하지 않은 건 문제 아닌가.

“개발 이익은 정액이나 정률 배분 다 가능하지만 보통은 정률제가 많다. 성남시가 당시 시장 임기 내 사업 추진에다 이익 환수까지 바랐다면 정액으로 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정률로 했을 경우 시행사가 비용을 늘려 잡아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액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초과이익도 환수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개발이 진행되면 토지 소유주가 갑이다. 이익이 적어서 안 하겠다면 그만인데 그런 이중의 이익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 지금 같은 이익이 날 것으로 예측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개발사업은 늘 불확실성을 안고 간다. 2013년 무산된 용산드림허브사업도 땅은 코레일이 가졌고, 삼성, 국민연금, SH 등이 출자한 드림팀이었는데도 결국 안 되지 않았나.”

-천화동인, 화천대유가 7% 지분으로 택지 개발 수익 절반을 가져간 게 이해 가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의문은 성남시 고정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금을 왜 지분대로 배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대목이다. 개발사업은 돈을 댄 비율에 따라 수익도 나눠 갖는다. 그래서 성공하면 대부분 금융권에서 제일 큰 돈을 챙긴다. 그런데 금융권은 수수료와 대출금 이자를 제외하고는 수익금을 가져가지 않았고 그래서 남는 막대한 이익을 몇몇 업자가 나누다 보니 1,000배 넘는 수익률이 나온 것이다.

일단 사업자가 선정되면 보통주, 우선주 지정 같은 수익 배분은 민간의 영역이다. 이 과정에 성남시가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금융사가 자발적으로 수익을 제한하는 결정을 했을 까닭이 없다. 누군가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을 밝혀야 한다.”

-이런 지분 배분이 도시개발 과정에서 일반적인 일인가.

“어떤 개발사업에서도 민간사업자끼리의 지분 배분이 소상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 다만 과거에도 대장동 같은 이익 사업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다.”

-대장동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헐값으로 수의계약한 화천대유는 아파트 분양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분양을 시작한 2018년 말이 집값이 오르던 시점인 데다 민간택지여서 당시 법으로는 상한제가 적용이 안 된 결과다. 그런 허점을 잘 파악해 최대의 수익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민간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제도를 조였다 풀었다 반복하는 게 문제다. 개발업자들이 정권 바뀌기만 기다리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지금 수도권에만 40만 채가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을 미루고 있다. 지금 당장 착공해도 돈을 벌 수 있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거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이런 기대심리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는 일관되게 쭉 가는 게 맞다.”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가지 정치 프레임이 충돌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며 특검을 주장하고, 여당에서는 애초 공영개발 막은 것이 국민의힘 쪽 세력이라며 5,500억 원 넘는 공공이익 환수만도 대단한 일이라고 한다.

“정보가 제한돼 지금으로선 어떤 프레임이 맞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공영개발이 좌절되는 과정 등을 보면 국민의힘 쪽에서 방해한 것은 맞다. 문제가 된 개발 수익 배분, 즉 금융사의 수익 포기는 성남시장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윗선이 개입된 권력형 게이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으로는 과거에도 그랬듯 몇 명 잡아들여 처벌하고 분풀이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잊히면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다. 개발이익 환수 등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대로 몇몇 민간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배당되고 만다면 국민적 분노가 이만저만 아닐 것 같다. 뒤늦게라도 이익을 환수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나.

“그런 환수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뇌물이든 배임이든 불법적인 개인 비리의 경우 어느 정도 환수가 가능하겠지만 기업이 계약에 따라 진행한 사업의 결과로 얻은 이익을 몰수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대장동 사건 재발을 막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개발 이전 단계에서 수상한 토지 거래가 있는지 감시하고 조사할 부동산감독원 설립이 필수다. 그런 장치가 있었다면 대장동 같은 경우 민간업자가 갑자기 특정 지역 땅을 사들이던 2014년 이전 토지 매수 때 이미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 올해 초 LH 사태가 터진 뒤 설립하자는 말이 나왔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

택지 개발을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LH가 전담하는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지방개발공사를 육성해 LH 지역본부와 합치고 지자체가 주택 공급을 주도해 책임까지 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나라에서 주택문제를 한 회사가 짊어지는 우리 같은 체제는 없다.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도시개발은 초과수익 환수 개념이 아예 없다. 초과 수익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산업단지 개발의 경우 15%를 넘어서면 환수하는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지난 3월 LH 사태 이후 LH는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겠다고 했는데.

“인력 감축, 조직 개편 등의 안이 나왔지만 제대로 진행되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임기응변식 대응은 해법이 아니다. LH는 민간택지를 수용해 뻥튀기해서 되파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돈 되는 곳에서 벌어 돈 안 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교차보전 논리다. 하지만 항상 원주민의 항의에 부닥치고 엄밀히 말해 기본권 침해다.

국가 주도의 이런 저개발국 모델은 그만둘 때가 됐다. 토지 강제 수용은 접고 협의매수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LH의 한 해 교차보전 액수가 많을 경우 1조 9,000억 원 정도인데 이 정도면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교차보전을 없애면 LH가 땅 장사할 필요가 없어진다. LH를 기금으로 바꾸어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방 조직은 지방공사와 합쳐야 한다. 오랫동안 택지개발, 주택 사업을 해온 LH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방 개발은 지방공사 주도로 해야 한다.”

-지방에 개발권을 일임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0년 전 지자체에 용적률 지정 권한을 줄 때도 그런 지적이 있었다. 지자체장이 난개발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만 결국 큰 문제가 없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다는 이야기다. 개발권 이양을 지방분권을 촉진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대장동 사건도 성남시는 나름 창의적인 방법으로 개발 사업에 접근한 것인데 경험과 역량이 미숙하다 보니 문제가 된 것이다.”

-공공이익 환수 강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에서 우선할 부분은 무엇인가.

“초과이익환수에 대한 기본법이 아직 없다. 초과이익 정의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많다. 기본법 성격의 법을 우선 제정하고 추가 법령들이 나오는 것이 순서다. 농지개혁 후 70년이 흘렀지만 성장 과정에서 분배에 문제가 있다 보니 토지 편중이 심각해졌다. 노태우 정권에서 토지공개념 3법이 제정된 뒤 일부가 위헌 판결 등을 받았지만 그로부터 또 30년이 지났다. 다시 논의할 가치가 있다.”

-이익환수가 강화되기도 전에 벌써 민간사업자 이익을 제한해 개발사업이 위축되면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지켜야 할 것은 확고하게 지키겠다는 정부의 철학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게 없다 보니 20여 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고 또 내는 상황이 벌어진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가입자가 2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어떤 정책이든 나오면 그들이 바로 허점을 분석한다. 사후약방문이었다.”

-대선 주자들이 주거복지의 일환으로 값싼 아파트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현실성이 있나.

“정주영 회장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반값 아파트 이야기를 했다. 땅값을 포함시키지 않는 토지임대부주택으로 하면 이론적으로 반의 반값도 가능하다. 평당 건축비를 550만 원으로 잡으면 30평 아파트가 2억 원이 안 된다. 문제는 토지임대부주택은 재건축 때 입주자 동의가 필요하는 등 사실상 토지를 소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 싸게 분양하더라도 집값이 주변만큼 올라 시세를 낮추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으로 보면 8%, 서울은 10% 정도다. 해외 사례도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20%에는 도달해야 주거복지정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준이 된다. 주택 소유비율이 47%이고 공공임대가 10% 정도면 나머지 40%는 잠재적인 주거 불안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목표치를 명확히 해 매년 예산을 투입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시는 SH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20%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이 관심 끄는 데는 부동산 가격 급등 탓도 적지 않다. 부동산 경기는 어떻게 될까.

“금리가 올라가면 신용대출 받아 집 산 사람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다. 인플레가 와서 주택가격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가격이 오른 기간이 너무 길었다. 다음 정부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개인은 우선 과도한 신용대출을 피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새롭게 추진하는 신도시 계획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신도시는 타깃이 4, 5인 가구다.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세대주는 먼 거리를 출퇴근하지만 나머지 가족이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구조를 추구한다. 그런데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이런 사업을 하지 않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국내 인구 중 4, 5인 가구는 20%밖에 안 되고 1, 2인 가구가 60%를 넘었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 근처에 살기 원한다. 이런 구조 변화로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1, 2기 신도시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정책을 길고 멀리 볼 필요가 있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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