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수급지수 등 상승세 둔화에
장관 회의서 "시장 심리 변화 조짐 뚜렷"
전문가들 "하락장 전환 단언하기 어렵다"
연초부터 '집값 고점론'을 주장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주택시장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속적인 주택공급 신호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로 집값이 안정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는 판단인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든다. 아직은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홍 부총리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지금은 부동산 시장 안정의 중대한 기로"라며 "가격 안정 모멘텀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주택 공급속도 제고 △부동산 관련 유동성 관리 강화 △시장교란행위 근절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중대기로'를 언급한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 등 정부와 민간 통계 모두에서 집값 상승세 둔화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해 8월 첫째 주 0.40%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9월 둘째 주까지 상승폭이 유지됐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0.36%(9월 3주차)→0.34%(9월 4주차)→0.32%(이달 2주차)→0.30%(이달 3주차)로 한 달 넘게 상승폭이 축소됐다.
수급상황을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6주 연속 하락세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셋째 주 104.9를 기록했는데, 매매수급지수가 105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4주차(104.6) 이후 정확히 1년 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점인 100보다 낮으면 매수자 우위, 높으면 매도자 우위 상태를 뜻한다. 민간 통계에서는 수급지수가 이미 100 이하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5로 전주(101.6)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집값에 대한 여론을 반영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5로 전월 대비 3포인트 내려갔다. 지난 3월(-5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8월 말 이후 주택공급 조치 가시화, 금리 인상,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주춤하다"는 홍 부총리의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수세 위축으로 시장이 변곡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전월세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데다 향후 공급 물량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거래량이나 매매수급지수 등이 하락하긴 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신고가 경신이 속출해 완전한 하락세로 진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급등 이후 소강 혹은 숨 고르기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직후에는 상승세가 '반짝' 둔화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전월세 시장의 불안도 여전해 상승폭 둔화는 일시적 효과 정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경제수장이 불확실한 발언으로 시장에 혼란을 줘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가 부동산 관련 "중대기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매매·전세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라며 "지금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느냐, 다시 불안정한 상황으로 돌아가느냐 하는 중대기로에 서 있다"고 했으나 이후 6개월간 수도권 집값 상승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9, 10월 실거래가 지수는 잠정 지수인 데다 상승률이 소폭 둔화된 것이지 마이너스로 접어든 건 아니다"라며 "'양치기 소년'처럼 확실하지 않은 발언은 자제하고 실질적으로 부동산을 안정시킬 정책 마련에 집중한 뒤 정확한 지표를 토대로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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