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수십 번을 시도했는데도 결국 신청을 못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27일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신청을 하려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정부가 "오후부터 시스템이 복구됐다"고 해명한 기사를 봤지만, 늦은 오후까지 접속 장애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 등 코로나19 방역지침 이행으로 피해를 본 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상금 신청을 받은 첫날인 27일,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며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제대로 신청을 했다는 소상공인의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정부는 '신청 후 이틀 이내 신속 지급'을 내세워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신청 최종 단계까지 갔다가도 튕기는 현상이 반복되자 소상공인들은 "나라에서 하는 일이 이게 뭐냐"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A씨에 따르면 오후 4시까지도 손실보상 홈페이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전에는 아예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됐다. 오후 들어 접속은 가능해졌지만, 10분 넘게 대기해야 했다. 대기 시간을 기다리고 나면 개인인증을 해야 하는데, 인증 버튼을 누르면 갑자기 첫 화면으로 되돌아왔다. 한 번은 개인인증을 마치고 최종 단계까지 갔는데 '제출하기' 버튼이 작동하지 않았다.
A씨는 "소상공인은 정부 방역지침에 곧바로 응해야 했는데, 응당 지급돼야 할 보상금은 신청조차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시스템이 복구됐다는 것도 현 상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현상을 겪은 것은 A씨뿐이 아니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회원 450여 명이 참여한 단체 카톡방에서 아무도 신청했다는 사람이 없다"며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카톡방에는 1,000명 가까운 자영업자가 모여 있지만, 여기서도 신청자는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급한 재난지원금 성격의 버팀목자금, 버팀목자금 플러스의 경우 이번보다 훨씬 신청자가 많았음에도 신청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정부가 손실보상 해준다고 생색만 냈지, 준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접속 장애에 대한 정부 대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오후 5시까지도 접속 장애 원인을 공식 해명하지 않았다. 오후 3시 30분쯤 "현재 사이트 운영은 정상화됐다. 누적된 트래픽이 빠지는 과정에서 일부 지연 접속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또 다른 중기부 관계자는 "오전에 시스템이 다운되고 지연되는 문제가 있어서 원인을 찾아 해소했다"고 했다가 현장에서 접속 장애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자 "지금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오락가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상공인은 "코로나19 방역지침 때문에 수백 명의 자영업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사채까지 끌어 써 가게를 지키려다 추심을 못 이겨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게 현실"이라며 "제발 정부는 소상공인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실제 피해보다 턱없이 부족한 생색내기용 손실보상이라도 제대로 이뤄지게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오후 6시까지 집계된 신속보상 지급신청이 1만8,728건이며, 총 2,303곳에 72억4,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지급신청 건수는 이날 신청 대상인 사업자등록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업체 31만 곳의 6%에 불과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