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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탈모’가 자가면역 질환이라고?

입력
2021.10.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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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


# 42세 여성 A씨는 이틀 전 미용실에 갔다가 뒤통수와 측두부 두 군데에서 오백 원짜리 동전 두 개 크기의 동그란 탈모반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평소 머리숱이 풍성해 탈모 걱정 없이 살아왔던 A씨는 크게 놀라 근처 병원을 찾았다. 원형탈모를 진단받은 A씨는 병변에 직접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탈모반의 개수가 점점 늘기 시작해 큰 대학병원을 찾았고, 주사치료를 유지하면서 경구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복용했다. 다행히 치료에 반응이 좋아 4개월 후 A씨는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 6세 남아 B군은 두 달 전부터 피부에 동그란 탈모반이 여러 개 생기기 시작하더니 개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결국 두피 전체로 탈모가 진행됐다. 영아 때부터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었고, 아빠가 어렸을 때 원형탈모를 앓은 적이 있어 가족력이 의심됐다. 접촉 면역치료를 시도했지만 아토피피부염이 악화해 중단했고, 경구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자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물의 용량을 줄이니 다시 악화하는 증상이 반복됐다.

원형탈모란 두피에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동그랗거나 타원형의 탈모반(모발이 소실되어 반점처럼 보이는 증상)이 생기는 탈모질환을 말합니다. 전 인구의 약 1.7%에서 일생 동안 한 번은 원형탈모를 경험할 만큼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두피에 탈모반이 발생하지만 눈썹, 속눈썹, 턱수염, 음모, 팔과 다리 등 모발이 있는 어느 부위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형탈모가 심해 두피의 거의 모든 모발이 빠지는 것을 전두탈모라고 하며, 두피와 함께 전신의 모든 모발이 빠지는 것을 전신탈모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는 원형탈모의 심한 아형으로 대개 치료가 매우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 탈모가 후두부의 머리선을 따라 발생하는 것은 마치 뱀처럼 보인다고 하여 사행성 탈모라고 하는데, 이 역시 회복이 잘 되지 않거나 더딜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원형 탈모.

다양한 형태의 원형 탈모.


T림프구가 모낭 공격해 발생...가족력도

원형탈모는 대표적 자가 면역 질환으로,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T림프구가 자신의 털을 자신의 몸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모낭을 공격하면서 모발이 탈락해 탈모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 원형탈모 환자의 10~42%에서는 가족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아에서 발생한 경우는 가족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탈모 발생 전 감염이나 외상,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환자들도 이러한 환경적 요소와 연관성이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특별한 선행요인 없이 발병할 때가 더 많습니다.

원형탈모는 한두 군데 생겼다가 저절로 회복되고 재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재발하거나 더 심하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몇 가지 인자들이 있는데, 탈모가 광범위하게 생겼거나 사춘기 이전 어린 나이에 생긴 경우, 아토피 피부염이나 손톱변형이 동반되면 경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탈모반의 개수가 많지 않을 때는 스테로이드 도포제나 병변 내 주사를 시행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진행이 빠르거나 광범위하다면 스테로이드 전신투여(경구약)를 시행하게 되는데, 전신 스테로이드는 효과는 좋은 편이지만 여러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단기간 사용 후 중지해야 합니다.

탈모가 광범위하면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을 유발시켜 탈모를 치료하는 접촉 면역치료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한 원형탈모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데, 특히 수년 이상 호전되지 않고 탈모가 지속된 환자는 다양한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역억제제 연구 활발...건강한 생활습관 유지 중요

이러한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최근 전해지고 있는데, 바로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특정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JAK 억제제에 대한 연구입니다. JAK 억제제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 다른 자가 면역 질환의 치료에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던 약제로, 중증의 원형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밝혀지면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아직 장기적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한계가 있지만, 여러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심한 원형탈모 환자들의 치료에 추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원형탈모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평소 생활습관의 교정을 통해 확실히 발병을 예방하거나 경과를 조절하기는 어려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 균형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건강한 면역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며, 규칙적인 생활, 금연,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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