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을 위한 정부의 주변국 설득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외교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국가는 북한의 '뒷배'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다. 종전선언의 당사국(남ㆍ북ㆍ미ㆍ중)은 아니지만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했을 때 대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적절한 상대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에만 '올인'하는 정부의 전략이 한미관계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로 출국해 27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한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를 만난 지 2주만이다. 양국 현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보자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실질적 논의의 초점은 종전선언을 고리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달라는 협조를 요청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에 대해 러시아가 "신뢰 구축 조치로써 높이 평가한다"는 긍정반응을 보인 만큼 보다 적극적 역할을 끌어 내기 위해서다.
정부의 러시아 공략에는 이유가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입장 변화를 끌어 힘이 있는 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에서다. 중국과 러시아가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여건을 마련해준다면, 미국과 북한의 구체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게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대해 "흥미로운 제안"이라면서도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선걸 조건으로 내걸며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종전선언 문안을 검토하는 등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는 있으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명시적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전선언 추진에만 집중하는 건 한미관계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북 인센티브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등 간극이 크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중국, 러시아가 북한을 바라보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전선언을 거듭 추진하면 한미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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