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제한 협력금에 희비 엇갈려
작은 점포는 '협력금 버블',?
큰 점포는 협력금 포기
“협력금으로 돈 벌었다. 솔직히 ‘평생 코로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북부에서 작은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를 경영하는 50대 남성이 요미우리신문에 한 말이다. 현 당국의 영업시간 단축 요청에 따라 받은 협력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의 매출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 25일부터 도쿄도와 인근 3개현 등 수도권 음식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모두 해제됐지만, 협력금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음식점이나 주점 중에는 이를 반기지 않는 경우마저 있다고 신문은 26일 전했다.
당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사태나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지난달까지 반년 이상 계속되면서 대부분의 음식점과 주점은 손님이 크게 줄거나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에 몰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국 음식점의 10%가 폐점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수지만 일부 영세 음식점이나 주점들은 협력금을 받아 오히려 돈을 번 곳도 있다. 협력금이 이전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심하게 산정되지 않고 지급됐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제한, 주류 제공 금지 등 협력하면 하루 최대 6만 엔 협력금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하루 최대 4만 엔이던 협력금 상한을 올해 1월부터 6만 엔으로 높였다. 사이타마현의 경우 전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루 2만5,000엔(약 25만 원)에서 7만5,000엔(약 76만 원)까지 협력금을 지급했다. 앞서 50대 남성이 경영해 온 주점은 20석 정도로 월세 약 15만 엔, 공과금을 포함해도 하루 2만5,000엔의 협력금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오히려 금전적 여유도 생겨 일부 저축하고 최근에는 자동차마저 구입했다고 털어놨다. 남성에 따르면 주변의 작은 점포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했다.
반면 비교적 큰 음식점은 최대 협력금을 받아도 운영이 어렵다. 사이타마시 오미야구의 한 음식점은 70석 정도의 큰 규모에 월세도 100만 엔이 넘고 종업원은 10여 명에 이른다. 애초 현의 요청에 따라 협력금을 받아 운영해 봤지만 경영이 너무 어려워지자 올해 7월부터는 협력금을 포기하고 감염 대책만 철저히 한 채 밤 늦게까지 영업했다. 이 점포의 점장(45)은 “협력금으로 돈을 버는 음식점이 있다는 게 불평등하다"며 "다 같은 음식점인 것처럼 취급돼 각자의 입장이 무시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작은 점포엔 '협력금 버블', 큰 점포는 협력금 포기... 희비 갈려
앞서 마이니치신문도 지난 21일 협력금으로 희비가 엇갈린 주점 주인들의 현실을 전했다.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1968년부터 영업해 오면서 수많은 저명인과도 인연을 맺어 ‘전설의 마마’로 불렸던 작은 술집의 경영자는 계속되는 주류 제공 금지 조치에 견디지 못하고 올해 7월에 가게를 접었다. 점포 소유 권리 문제로 협력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같은 골목 안에도 “누구는 갑자기 사정이 좋아졌다” “고급 외제차나 집을 샀다고 한다” “가게 문을 안 열고 협력금만 받아 1억 엔 이상 벌었다더라” 등등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마저 퍼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협력금의 국비 부담으로 지출한 금액은 당초 500억 엔으로 예상됐으나 현 시점에서 3조6,000억 엔에 달한다. 그런데도 사업자로부터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데 대해 신문은 “매출이나 사업 규모에 관계 없이 지급액을 일률로 한 것이나 대기업 체인점은 제외하는 등 대상을 좁힌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도 “신속한 지급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는 해도 일부 음식점에선 ‘협력금 버블’이 일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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