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사우디 정보당국 관료
미국 CBS 인터뷰 통해 폭로
“국왕을 암살하고 싶다. 그와 악수하는 것만으로도 (죽이기에) 충분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현재 자리에 오르기 전, 부친의 권력 강화를 위해 자신의 삼촌인 당시 국왕을 시해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3년 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그의 잔혹함을 드러내는 또 다른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사우디 정보당국 고위관료를 지냈던 사드 알자브리는 24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4년, 자신의 사촌이자 당시 왕세자였던 무함마드 빈나예프에게 ‘러시아에서 독(毒) 반지를 얻었다. 이것으로 왕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폭로했다. 이어 “당시 만남과 관련한 영상 복사본 2개의 소재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자브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단순히 떠벌린 ‘농담’이나 ‘허세 발언’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정부에서 별다른 고위직을 맡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우디 정보당국은 해당 언급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왕실 내부적으로 문제를 처리했다는 게 알자브리의 설명이다.
당시 사우디 통치자는 압둘라 국왕이었다. 그는 2015년 1월 자연사했다. 왕위는 이복동생이자 현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이어받았다. 아들인 무함마드는 2017년 왕세자에 책봉됐다. 알자브리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무함마드 왕세자는 삼촌을 살해할 수 있다는 말을 사촌형제 앞에서 서슴지 않고 꺼낸 사람이 된다. 이날 알자브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감정이 없는 중동의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한 뒤, “그는 자신의 국민뿐 아니라 미국인, 그리고 이 행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고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이 전파를 탄 뒤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은 “알자브리는 자신이 저지른 금융 범죄를 숨기기 위해 오랜 기간 사실을 조작해 온 인물”이라며 “믿을 수 없는 전직 관료”라고 반박했다. 알자브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적인 빈나예프 전 왕세자 편에 섰다가 표적이 됐고, 2017년 캐나다로 도피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 온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암살 배후에 그가 있다는 정보당국 보고서를 공개하고, 사우디를 제재했다. 유엔도 2019년 6월 “무함마드 왕세자 등의 사적 개입 의혹을 조사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주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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