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대만 외교부와 WHO 가입 논의
미중정상회담 앞두고 기선 제압 신경전
미국이 대만의 유엔 가입을 지지하며 중국의 신경을 긁고 나섰다. 중국이 대만을 대신해 유엔에 가입한 지 50주년이 되는 시점까지 맞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 침공 시 대만 방어 책무’ 언급에 이어 계속되는 공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이 연내 개최될 예정이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기선 제압용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하루 전 미국과 대만 양국의 고위급 외교관이 화상 포럼을 개최한 사실을 공개했다. 포럼에는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대만주재미국협회(AIT)와 사실상 미국 주재 대만대사관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TECRO)가 미국의 국무부와 대만의 외교부를 대표해 참석했다고 국무부는 소개했다.
국무부에서는 릭 워터스 중국ㆍ대만ㆍ몽골 담당 부차관보, 휴고 연 국제기구 담당 부차관보 대행 등이, 대만 외교부에서는 릴리 슈 차장 등이 참여했다.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미묘한 시점에 회의를 가진 셈이다.
국무부는 “논의는 유엔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대만의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며 국제공중보건, 환경ㆍ기후변화, 개발원조, 기술표준, 경제 등의 협력 가능 분야를 거명했다. 특히 “미국 참석자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만이 의미 있게 참여한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차 강조하고 광범위한 문제 해결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대만의 능력을 강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라고 덧붙였다.
대만은 지난 5월 WHO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연례회의 참가를 시도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좌절됐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의 독립적 지위와 국제기구 가입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완고한 반대 때문이었다.
이 같은 중국의 반대 원칙이 바뀔 수 없는 상황인데도 미국이 대만 유엔 가입 카드를 다시 꺼낸 시점과 전략은 미묘하다. 1971년 10월 25일 중국이 유엔에서 유일한 합법 대표로 인정받았고 50주년 기념행사와 시 주석 연설을 앞둔 시점에 미국이 대만의 유엔 가입을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미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미국의 대만관계법을 강조한 차원이지만 중국이 발끈하는 등 감정적 격돌도 이어지는 와중이다.
미중 양국이 올해 안에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최근 양국 간 워킹그룹까지 가동한 상황에 미국이 파상 공세를 펼치는 것은 미중 대결에서 유리한 구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