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70만명도 월 180만원 한도 신용카드 쓴다...'모럴 해저드' 우려도

신용점수 하위 10% 대상 햇살론카드 27일 출시
연간 쓸 수 있는 돈 600만 원 넘어야 신청 가능
저신용자 연체액 쌓일 가능성도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최저 신용자 70만 명도 월 최대 180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저신용자의 생활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크게 느는 등 금융권 전반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는 6개 전업 카드사(롯데·우리·현대·KB국민·삼성·신한)가 신규 보증부 정책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카드'를 오는 27일부터 출시한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는 다음 달 중순에 햇살론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햇살론카드는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신용점수 하위 10% 저신용자를 위한 카드다. 단 연 소득에서 연 대출 원금·이자 상환액을 빼고 1년 동안 쓸 수 있는 자금이 600만 원 이상인 저신용자만 햇살론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서 제공하는 햇살론카드 필수 교육 3과목도 이수해야 한다. 월 최대 180만 원인 햇살론카드 한도는 신용·부채 개선 정도, 신용도 상승 노력 등에 따라 카드 이용자마다 다르다.

금융위는 햇살론카드 이용 가능 인원을 지난 5월 기준 약 7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용점수 하위 10% 중 소득 요건을 충족하면서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인원이다.

햇살론카드는 카드론 등 장·단기 대출은 이용할 수 없고, 유흥·사행업종에서도 쓸 수 없다. 할부 기간 역시 최대 6개월로 제한을 뒀다. 카드사별 연회비는 2,000~1만 원 사이로 우대 혜택도 다르다. 햇살론카드를 이용하려면 서금원 애플리케이션에서 보증신청·심사를 거쳐 보증약정을 체결한 후 카드사에 신청해야 한다.

일각에선 돈 갚을 능력이 뒤처지는 저신용자가 햇살론카드 대금을 연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한 안전 장치로, 햇살론카드 이용자가 카드 사용대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경우 우선 서금원이 이를 갚아주고 추후 사용자에게 추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연체 이력 추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저신용자가 의도적으로 카드를 쓰고 사용 대금을 갚지 않을 경우,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어 모럴 해저드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햇살론카드 대금이 밀리더라도 상환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카드 사용자가 대금을 내지 않으면 연체 이력 등에 영향을 미쳐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