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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수주' 조선업계 "물 들어왔는데, 노 저을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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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수주' 조선업계 "물 들어왔는데, 노 저을 사람 없어"

입력
2021.10.26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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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연간 목표 초과 달성 "13년 만 최대 실적"
불황에 숙련공 이탈 "내년 8000명? 부족 사태 올 것"
조선 업무 인기 하락… 기술연수생 모집 경쟁률 하락
근로자 "고위험 저임금 탓" 업체는 "주 52시간 영향"

25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한 근로자가 선박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25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한 근로자가 선박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 2013년 이후 8년 만의 기록이다. 수주 규모로는 10월 기준 국내 조선업이 초호황이던 2008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 규모다. 그러나 조선소가 밀집한 울산, 부산, 경남 지역의 조선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불황에 숙련공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생긴 극심한 인력난 탓이다. 현지에선 “물 들어왔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다”는 푸념 섞인 우려가 나온다.

25일 울산지역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9월 말 기준, 1,368만CGT(표준선환산톤수)를 수주했다. 2013년 한해 (1,403만CGT) 기록에 근접한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만 조선 3사가 16척을 수주했다”며 “이미 올해 2013년 실적을 갈아치웠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삼성중공업은 버뮤다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4척(3조 원)을 수주, 올해 목표 23%를 초과 달성했고, 같은날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도 중동 소재 선사와 대형 PC선 4척(3,800억 원)을 수주했다. 7년 만에 수주 목표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21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1척(2,300억 원)을 수주했다. 구체적인 CGT 수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는 이달 들어 수주한 이들 선박의 톤수는 171만CG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체 톤수는 1,500만CGT를 크게 상회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염물질 배출 기준 강화로 대체선박과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올 초부터 발주량이 크게 늘었다”며 “향후 10년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잇따른 수주로 비었던 독(dock)이 차고 있지만, 문제는 선박을 건조할 인력 부족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조선소 노동자 수는 원하청 포함 9만771명으로 2019년 5월(10만3,289명) 대비 12%(12,518명)가 줄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위험해도 돈이 되니까 서울에서도 조선소 일을 하겠다고 내려왔는데 요즘은 모집공고를 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선업 기피 현상은 현대중공업이 1년여 만에 재개한 기술연수생 모집 경쟁률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선박 건조에 투입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4~5개월만 교육을 받으면 취업이 되기 때문에 보통 5대 1을 기록하고,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8년에는 15.8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2대 1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이런 흐름이라면 수주한 물량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는 내년에는 울산에서만 최대 6,000명, 부산과 울산, 경남, 전남까지 합치면 8,000명 이상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이 예전만큼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다.

국내 조선산업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다시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조선 일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선박 건조 과정이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을 거치면서 실제 근로자들이 받는 저임금 등 열악한 처우, 부실한 안전 대책이 꼽힌다. 2018년 10년 동안 하던 조선소 일에서 손을 뗀 김진호(50)씨는 “건설 현장과 비교해도 일은 훨씬 힘들고 위험한데 하청에 재하청으로 갈수록 수익이 낮아지는 구조에서 처우가 더 열악해졌다”며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각종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한 현장 근로 조건도 인기 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에서는 급락한 조선업 인기의 원인을 주 52시간 근무제 탓으로 돌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날씨에 따라 작업시간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기계적으로 주 52시간을 맞추라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며 “특근이 사라지면서 연봉도 1,000만 원 이상 줄어 신규 인력 유입은커녕 기존 인력도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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