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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형 양극화' 키우는 디지털 격차

입력
2021.10.25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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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음 달부터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팬데믹 이전의 삶을 되찾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전반에 'K자형 회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즉, 경기 회복이 빠른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확연히 구분되는 양극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국가 간, 지역 간, 산업 간, 기업 간, 계층 간, 개인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선진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5%가량 빠르게 반등한 데 반해 저소득국가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0.5%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요 선진국 내에서도 IT업종을 비롯한 대기업, 부유층 및 전문사무직의 체감경기는 수직 상승하고 있지만, 경기민감업종과 전통기업,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빈곤층과 대면노동자의 경우는 수직 하락하는 'K자형 양극화'가 이미 현실화됐다.

이처럼 전례 없는 'K자형 양극화'는 코로나19로 인해 급작스럽게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기인한다. 향후 10~20년간 진행될 디지털 혁신들이 지난 2년간의 변혁으로 압축되면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거나 디지털 체제로 발 빠르게 변화한 쪽과 그렇지 못한 쪽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진 것이다. 결국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고용과 소득, 주가와 자산가치 등 나비효과를 유발하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양극단으로 몰아간 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네트워크와 보급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디지털 격차를 낡은 사회문제로 여겨 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가구의 99.7%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며, 만 6세 인구의 93.1%가 스마트폰을 보유하는 등 인터넷 접근 격차 및 정보 습득 격차는 이미 해소된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번 사태를 통해 언택트 방식이 경제활동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디지털 서비스 활용과 디지털 역량의 격차가 급부상했다. 스크 앱 등을 설치하고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고령층과 장애인, 농어민이 소외되었고, 오피스 SW 및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 요구수준이 높아지자 직업별, 교육수준별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었다. 디지털 격차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의 핵심 요인이 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 격차 문제의 중심축을 접근과 이용에서 역량과 활용 측면으로 옮겨 놓았다. 이는 디지털 취약계층의 범위는 물론 복지혜택의 범위 역시 대폭 확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전히 20여 년 전의 통신회선 요금할인 체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통신복지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함께 이를 위한 대규모 재원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의 통신복지 기여와 관련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K자형 양극화'를 키우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뿐 아니라 인터넷플랫폼과 콘텐츠기업, 단말기제조사 등 디지털경제 생태계 내의 다양한 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하며 디지털 소외계층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한 철퇴와 채찍질 규제 대신, 통신복지기금 분담은 물론 취약계층 PC보급 확대 및 디지털 역량강화 프로그램 추진 등에 대한 혜택을 보장하는 당근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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