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직원 쓰러뜨린 생수병, 국과수 "독성 없어" 감정
앞서 다른 직원이 마신 음료에선 독성 물질 검출
"피해자 몸속 독성성분 검출 여부가 관건" 지적도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 2명이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은 사건과 관련해 이들이 마신 생수병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다. 피의자인 동료 직원 A씨(사망)가 이들이 마신 물에 독극물을 넣었을 거란 가설에 들어맞지는 않는 결과라 수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A씨의 범죄 정황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 "사건과 관련된 생수병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1차 소견을 전달했다.
앞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회사 사무실에선 남녀 직원 2명이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은 당일 의식을 회복하고 퇴원했지만, 남성은 상태가 위중해 입원 중이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 무단결근한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동료 직원 A씨를 용의자로 보고 20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다.
이번 국과수 감정 결과는 앞서 발생한 유사 사건의 수사 내용과 사뭇 다르다. 이 회사에선 지난 10일에도 혼자 근무하던 직원 B씨가 음료를 마신 뒤 고통을 느껴 병원을 찾은 일이 있었다. 국과수 감정 결과 B씨가 마셨던 음료에선 살충제 원료로 쓰이는 독성 물질이 검출됐고, 이 물질은 A씨 자택에서 다른 독성 물질들과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B씨 사건도 A씨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숨지기 전 집에서 지문 감식을 연습한 흔적과 휴대폰에서 독극물 관련 내용을 검색한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B씨와 회사 숙소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다가 올해 8월 말 관악구 원룸으로 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B씨 사건과 달리, 남녀 직원이 마신 물에선 A씨가 보유하고 있던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면서 사건을 둘러싼 의문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아직까지 숨진 A씨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범행 동기도 뚜렷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A씨를 피의자로 볼 수 있는 다른 정황도 많이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충분한 근거를 갖고 A씨를 입건했다"며 "차근차근 사건 경위를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성 물질 미검출이 이번 수사 방향을 좌우할 만한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 전북대 법의학실 교수는 "국과수의 '미검출 소견'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경로 중 일부를 배제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한 것"이라면서 "같은 시공간에서 두 사람이 쓰러졌다면 공통 원인이 있을 것이므로, 이들 몸에서 약물이 검출됐는지부터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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