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익원인 PC 칩 사업 타격에 칩 경쟁 더 치열
인텔 "2~3년 내 수익성 줄어들 것" 주가급락 불러
미국의 간판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3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특히 인텔이 새로운 반도체 공장 등을 짓는 데 적잖은 돈이 들어가는 탓에 수년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나 급락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최고로 올라서겠다는 인텔의 꿈은 원대하지만, 정작 인텔을 둘러싼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주력사업 타격 입은 인텔…"글로벌 반도체 부족 탓"
인텔은 21일(현지시간)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4.6% 증가한 181억 달러(21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52억 달러(6조 원)로 1년 전과 거의 비슷했다. 실적이 뒷걸음질 친 건 아니지만, 시장 예상치(매출 182억4,000만 달러)를 밑도는 성적이다.
특히 인텔의 주력 사업인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 부문 매출(97억 달러)은 1년 전보다 2% 줄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노트북 등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노트북과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통신칩과 같은 다양한 칩들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고객들이 인텔의 PC 칩 구매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용컴퓨터(PC)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반도체 부족은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갤싱어는 PC 사업을 낙관했지만, 시장의 예상은 다르다. 최근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재택 등을 위한 PC 수요도 급감하고 있어서다. 과거 충성 고객이었던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칩 분야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익마진 줄어들 것" 한마디에 주가급락
이런 상황에서 향후 2~3년 내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이 50% 초반대(올 3분기는 5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인텔의 발표는 주가 급락의 도화선이 됐다.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7%나 급락했다. 앞서 인텔은 2025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1위로 올라서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는데, 인텔의 원대한 계획에 '값비싼 청구서'가 따를 거란 투자자 우려가 커지면서다.
인텔이 'IDM2.0'이라고 이름 붙인 기술 로드맵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인텔은 2025년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1.8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파운드리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4년 만에 앞서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인텔의 올해 자본지출 규모는 20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내년엔 최대 280억(32조 원) 달러 수준까지 뛸 것으로 추산된다. 파운드리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라, 후발주자는 막대한 투자금을 감당해야 한다. 최첨단 공정이 추가될수록 반도체의 신규 라인 건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인텔 역시 2025년까지 쩐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인텔이 4년 내 2나노급 공정 기술 구현에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도 날아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 도입에 성공할 때까지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자들도 점점 그런 부분을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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