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맞게 저작자 성명 표시 얼마든지 가능"
재판부, 원곡자들의 '성명표시권 침해' 인정
"구단이 50만~200만원 배상해야" 판결
지난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 관중석 모습. 뉴스1
자신들의 노래를 동의 없이 변형해 응원가로 사용했다며 작곡가와 작사가들이 프로야구 구단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구단의 '성명표시권' 침해를 인정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설범식)는 전날 작곡가 윤일상씨 등 원작자 19명이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성명표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을 사용단위 당 50만원으로 계산해, 원곡자 15명에게 각 50만~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삼성라이온즈는 2012∼2016년 '쇼' '운명' '슈퍼맨' 등 악곡을 일부 변형하거나 가사를 개사해 응원가로 사용했다. 작곡·작사가들은 2018년 "삼성라이온즈가 음악저작물을 응원가로 사용하면서 허락 없이 악곡 또는 가사를 변경·편곡·개사해 동일성 유지권과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했다"며 4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구단이 응원가를 사용할 때 자신들 이름을 밝히지 않아 성명표시권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구단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관객들로서는 기존 악곡과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음악저작물이 사용되는 시간이 매우 짧아 음악 저작권자들의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성명표시권 침해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성명표시권 침해에 대해선 판단을 바꿨다. 재판부는 "최소한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선수 입장 때 각 선수별로 정해진 응원가를 부를 것으로 예정돼 있다"며 "상황에 맞게 전광판에 저작자 성명을 표시해 얼마든지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경기 종료 후 사용됐던 응원가 저작자의 성명을 전광판에 한꺼번에 열거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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