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로이·비버 '스테이' 멜론서 7년 만에 외국곡 월간 1위
2014년 '렛잇고' 이후 처음
저스틴 비버 '피치스' 등 국내 차트 연타석 홈런
한국 음악 차트는 해외 팝송의 '사막'이다. 아이돌 K팝 등 가요의 기세에 밀려 차트에 좀처럼 뿌리 내리기 어렵다. 아델이 14일 신곡 '이지 온 미'로 공개 당일 세계 최대 음원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 스트리밍 2,400만 번을 돌파해 방탄소년단의 '버터'(1,104만 회)의 기록을 넘어선 지 1주일이 지나서도, 2년 전 릴 나스 엑스가 '올드 타운 로드'로 빌보드 역사상 최장 1위(19주) 신기록을 세워도 멜론차트는 요지부동이었다. 두 곡은 이 차트 50위권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
이 벽을 깨고 올해 처음으로 외국어 노래로 국내 음원 월간 차트 1위를 한 가수가 등장했다. 미국 Z세대(1990년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 사랑받는 키드 라로이와 저스틴 비버다.
24일 멜론·지니·플로·벅스뮤직 등 국내 8개 주요 음원 플랫폼의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라로이와 비버가 함께 부른 '스테이'는 지난 8월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6주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스트리밍+다운로드)된 곡으로 조사됐다. 7월 9일 공개되고 2주 뒤인 그달 셋째 주에 100위권에 처음 진입(92위)한 뒤 8월 마지막 주 1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정상을 이어왔다. 멜론에서 해외 음악이 월간 차트 정상(9월)에 오르기는 2014년 영화 '겨울왕국' 수록곡 '렛잇고'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이다.
'스테이'는 청량한 트로피컬 사운드에 귀에 쏙쏙 박히는 후렴구가 특징이다. 라로이의 거친 랩과 비버의 감미로운 음색이 어우러져 매력을 더한다. 곡의 길이는 2분 21초. 이 짧은 곡에 맞춰 엉덩이를 좌우로 실룩대는 댄스 챌린지 영상이 올여름 동영상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틱톡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며 미국을 달군 뒤, 그 열풍이 국내까지 번진 게 차트를 장기 집권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곡이 짧고 반복되는 후렴이 많아 틱톡에서 바이럴(자발적 화제)되기 좋은 콘텐츠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비버는 올해 유독 국내에서 사랑받았다. 앞서 낸 노래 '피치스'는 5월에 국내 음원플랫폼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재생된 곡으로 조사됐다. 2009년 데뷔한 비버가 빌보드에서 7회 정상을 밟기까지 국내 차트 톱10에 이름을 올리기는 올봄이 처음이다. 비버는 그간 할리우드 '악동'으로 비쳤던 아이돌에서 창작자로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박준우 음악평론가는 "올 초 낸 앨범 '저스티스'를 기준으로 음악적 퀄리티가 전보다 높아지고 리듬앤블루스란 장르 음악으로 좀 더 자리를 잡은 변화가 보인다"고 했다. '피치스'는 비버가 작곡했다.
두 곡의 잇단 히트로 비버는 올해 국내 음원 강자로 급부상했다. 본보가 가온차트를 분석한 결과, 비버는 16일 기준 '피치스'로 약 5억7,000만 원, '스테이'로 2억7,000만 원의 음원 수익(음원 플랫폼 수수료 35% 제외)을 각각 냈다. 총 8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조정석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부른 '아로하'(8억6,000만 원)의 수익에 육박한다. 비버는 두 곡으로 올 연말까지 최소 9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해외 팝음악 점유율이 가요 대비 지난해 30%까지 올라와 앞으로 가요와 해외 음악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부터 한솥밥을 먹게 된 방탄소년단과 비버가 국내 차트 상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하는 풍경이 벌어지는 것이다. 방탄소년단과 비버는 모두 하이브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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